밀린 월세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던 집주인을 숨지게 하고 범행을 은폐하려 불까지 지른 뒤 오히려 집주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40대 세입자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동현 부장판사)는 현주건조물방화, 상해치사, 절도 혐의로 기소된 A(49·여)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범죄사실을 보면 A씨는 2016년 7월부터 부산 B(80)씨 소유 주택에 보증금 3천500만원, 월세 35만원를 내고 거주해왔다.

A씨는 이듬해 3월부터는 하루 평균 2∼3통씩 B씨와 통화하고 매주 3∼4차례 B씨 집을 방문하며 친분을 유지해 약 13개월간 월세를 내지 않았다.

A씨는 올해 3월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게 된 B씨 아내가 “월세를 왜 내지 않느냐. 내일 저녁에 만나자”고 월세 독촉 전화를 하자 B씨에게 밀린 월세 문제를 무마해달라고 부탁하기로 했다.

다음 날 주인집으로 간 A씨는 “왜 지금 와서 월세를 내라고 하느냐”며 몸싸움을 벌이던 B씨를 밀어 넘어뜨린 뒤 집에 있던 둔기 등으로 얼굴과 머리를 마구 때렸다.

만성 심부전을 앓던 B씨는 결국 A씨 폭력에 급성 심장사로 숨졌다.

A씨는 B씨가 숨지자 손목에 있던 시가 1천300만원짜리 롤렉스 시계와 통장 48개, 인감도장 7개 등을 훔치고 범행 은폐를 위해 불을 지른 뒤 달아났다.

A씨는 범행 다음 날 스스로 경찰서를 찾아가 “B씨에게 성폭행을 당해 신고하러 왔다”고 말했지만, 정작 범행 사실은 부인해 긴급체포된 뒤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A씨는 심장질환이 있는 고령의 B씨에게 상해를 입혀 사망에 이르게 했고 증거 인멸을 위해 주거지를 불태웠을 뿐 아니라 고가 시계와 통장, 인감까지 훔치는 파렴치한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A씨는 장기간 월세를 내지 않도록 해준 B씨 신뢰를 한순간에 배신했고 집과 생명까지 앗아갔다”며 “유족들은 결코 치유될 수 없는 고통과 상실감을 호소하고 있지만 A씨는 B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범행을 부인하는 등 반성하지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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