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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북한이 오는 11월 6일에 있을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에게 선거용 선물을 안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7일 당일치기로 평양을 방문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5시간 30분 동안 비핵화 회동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실질적이고 진전된 회담 내용은 내어 놓지 않고 있다. 단지 “김정은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검증할 사찰단을 초청했다”는 정도만 밝히고 있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북한 측이 5개월 전에 국제 사찰단 없이 일방적으로 갱도를 폭파시켜 사찰의 용도가 이미 끝난 곳으로 볼 수가 있다. 진정한 의미에서 풍계리 사찰은 비핵화 수순의 본질 문제에서 벗어난 것이다. 비핵화의 본질은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과 영변 핵시설의 사찰과 폐기다.

폼페이오 장관이 김정은이 용도 폐기된 풍계리 핵실험장의 뒤늦은 사찰 제안을 왜 ‘중대한 진전’이라고 표현을 했을까. 김정은과 5시간 30분 간 회동을 하는 동안 풍계리 사찰만을 이야기했을 리는 없을 것이다. 2차 미·북 정상회담용으로 ‘비핵화 프로세스의 밑그림’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설도 대두되고 있다.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확실한 선거용 선물을 안겨주고 반대급부로 경제제재 해제나 종전 선언 같은 빅딜을 요구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다.

트럼프로서는 자신의 정치 생명을 좌우할 이번 중간선거에서 승리를 해야만 차기 대통령 선거전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기 때문에 김정은이 던지는 선물을 덥석 받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김정은이 트럼프의 아킬레스건을 최대한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이 김정은을 만나고 난 뒤 문 대통령을 방문한 자리에서 “비핵화를 위해 오늘 또 한 걸음 내디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북 간 빠른 시간 안에 2차 미·북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고 밝혀 미국의 중간 선거전에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의 지원 유세 때문에 선거전에 미·북 정상회담이 어려울 것 같다’고 일부 언론에 밝혀 회담이 선거 후로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트럼프 행태로 보아 김정은으로부터 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한 유리한 조건이 제시될 경우 지원 유세보다 표를 더 얻을 수 있는 호재라면 선거전 정상회담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폼페이오 장관 방북 때 동행한 미 정부관계자가 “지난번 방북보다는 회담 분위기가 좋았다”면서도 “비핵화 협상은 장기전이 될 것”이라고 말한 점을 유의해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 정책은 지난 25년 동안 우리가 보아 왔듯이 시간을 끌며 상대가 지쳐 쓰러질 때까지 장기전을 펼쳐 나간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의 선결 조건은 비핵화”라고 하면서 세 차례나 김정은과 만났으나 북한 측이 지금까지 보여준 비핵화 정책은 종전의 선언적 발표 이외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를 않고 있다. 핵을 정권 유지의 유일한 방어책으로 삼아온 북한이 트럼프가 폼페이오를 앞세워 잦은 방북을 시키고 있으나 비핵화의 문을 열어 줄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질 않는다.

폼페이오가 이번 방북 때 비핵화의 첫 단계인 핵무기와 핵시설 리스트 제출을 북한 측에 요구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을 하지 않고 있어 평양 측에 무엇을 요구하고 회답을 받아 왔는지가 깜깜한 실정이다. 김정은이 용도 폐기된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 현장에 미국 측 사찰단을 초청하는 ‘당근’을 던지자 트럼프가 이를 덥석 받아 들임에 따라 앞으로 북한이 주동적으로 비핵화 회담을 이끌어 갈 기회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자칫 미국은 앞으로 북한의 선제적 비핵화 정책에 계속 끌려다닐 공산이 커 보이며 북한이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ICBM)을 포기하는 대가로 기존의 핵전력을 미국으로부터 묵인받는 정치적 타협도 이뤄질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다음 단계로 종전선언과 함께 주한미군철수를 트럼프에 요구할 것이다. 더 나아가 한·미동맹은 소리 없이 해체될 것이고 대한민국은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존재로 전락하는 운명에 처할 것이다.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김선동 kingofsun@kyongbuk.com

인터넷경북일보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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