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걸린 자동차부품 산업, 탈출구 있나?-(하) 전문가들 장·단기 대책

▲ 미래형 자동차 선도도시 대구시가 마련한 ‘대구 국제 미 래형 자동차엑스포’ 행사장이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경북일보 DB.
지역의 주력산업 중 하나인 자동차부품산업이 신음하고 있다. 현대차·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의 생산량 감소와 납품단가 인하 압박에 최저임금 상승,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서다. 경북일보는 전문가들로부터 지역 자동차부품산업이 위기를 탈출할 장·단기 대책을 들었다.

△ 완성차-부품업 불균형 해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한 세미나에서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 간 수익성 격차를 지적했다. 완성차회사는 9.6%이지만, 부품업체는 4.4%에 머물러 있다고 했다. 미국과 유럽, 일본은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 이익률 격차가 크지 않다는 설명도 보탰다.

김 위원장은 “납품단가 부당 결정·감액, 기술유용 등 완성차 업체의 부당 행위 때문에 충분한 능력과 열정을 갖춘 부품업체들이 좌절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 간의 성과공유 강화가 필요하다”면서 부품업체들이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가져가도록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역 부품업체들도 한결같이 품질보다는 단가인하를 압박하는 완성차업체의 갑질을 토로하고 있다. 공정위가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대기업 갑질 관행에 칼을 빼 들었지만, 미흡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해운 계명대 기계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해 오랜 종속관계를 단절하기는 어렵다”며 “폐쇄적으로 결정하는 원청과 하청 간 납품단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한다면 지금보다는 현실적인 도움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 달성군 구지면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 내에 설치된 지능형자동차 부품시험장. 대구시.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국회 세미나에서 “수익률이 점차 떨어지는 상황에서 부품업계의 붕괴가 자동차산업 전체의 어려움으로 확산할 수 있음을 완성차업계가 인식해야 한다”며 “중소 부품업체와 상생 없이는 완성차도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경제동향분석팀장은 “완성차 생산량 감소에 따른 공장가동률과 매출 하락 등으로 부품업체들은 신규대출 중단과 대출만기 연장 거부 등 자금조달 애로를 겪고 있는데, 금융지원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과 새로운 판로개척도 매우 중요한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전했다.

△ 이제는 미래형자동차
대구경북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 윤상현 박사는 “대구가 전기차를 기반으로 하는 자율주행차 선도도시 육성이라는 비전을 갖고 수많은 인프라를 갖춘 만큼 자율주행차를 포함한 미래형자동차는 자동차산업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될 것”이라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지역 부품업체들도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통계청의 2016년 기준 자료에 따르면, 대구에는 미래형자동차 부품 관련 업체가 1282곳에 달하고, 경북을 합하면 3624곳으로 전국에서 16.2%를 차지한다. 대구에는 국내 100대 부품사 중 15개 회사가 있고, 매출 300억 이상 업체가 4.1%, 1차 협력업체가 84곳에 달한다.

2014년 4월 지능형자동차 부품시험장이 문을 열었고, 정부 자율주행차 시범운행단지 테스트베드 구축도 진행하고 있다. 2021년까지 187억 원을 들여 15.2㎞ 구간에 자율주행 실증도로 개설과 더불어 9대 핵심부품 개발과 성능평가가 가능한 사업도 진행 중이다. 또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과 자동차부품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등의 연구·개발(R&D) 지원기관이 국가산단과 테크노폴리스 등에 산재해 있다.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과 경북대, 계명대, 영남대에서는 관련 인력도 양성하고 있다. 이미 전기화물차 생산기반 구축과 전기상용차 생산공장 건립과 양산 체제에 들어갔고, 전기차 보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윤상현 박사는 “산·학·연·관이 참여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기존 자동차부품의 점진적 고도화를 꾀하고, 지역 자동차부품기업들이 단계적으로 자율주행차 부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연구기관중심의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은 인력양성 협력체계를 구축해 자율주행차 핵심 요소기술 인력을 양성하고, 민간기업들은 다양한 산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협업체계를 만들어 전후방 연관산업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역에는 다품종 소량 생산 특성의 튜닝 시장에 적합한 중소·중견 기업이 풍부하고, 차체·섀시와 파워트레인 부품에 특화한 튜닝 부품 개발 역량도 보유하고 있다”며 “내년에 설립할 튜닝전문지원센터를 통해 지역 자동차부품기업의 고부가가치 튜닝 부품 개발 지원 노력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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