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브·Coke플랜트 강소기업 대표…산악다큐영화 ‘히든밸리’ 제작 후원

▲ 13일 히말라야 구르자히말 원정대 참사로 숨진 포항철강공단내 밸브전문업체인 Y사 정준모 대표(오른쪽)가 지난 9월 19일 히든밸리제작진과 제작 후원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 왼쪽 임일진 감독, 가운데 김창호 대장.

13일 히말라야 ‘2018 코리안웨이 구르자히말 원정대’의 히말라야 등반 도중 베이스캠프에서 눈 폭풍에 휩쓸려 숨진 사망자 중 포항철강공단내 밸브전문업체인 Y사 정준모(54) 대표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산악회 이사인 정 씨는 당초 이 원정대에 포함돼 있지 않았으나 최홍건 한국산악회 고문과 트레킹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989년 1월 일본 북알프스 동계리지 등반, 1989년 9월 안나푸르나 4봉 등정, 1996년 인도 히말라야 난다데비동봉 등반 등 전문산악인으로 활동해 온 정 대표는 현재 한국산악회 이사로 활약해 왔었다.

정 대표가 이번 원정대에 동참하게 된 것은 이번 사고로 숨진 엑스필름 임일진 감독이 추진해 온 산악다큐영화 ‘히든밸리’제작 후원을 한 인연으로 짐작된다.

정 대표는 올봄 후배인 김창호 대장으로부터 임일진 감독이 기획한 ‘히든밸리’제작 투자 제의를 받은 뒤 회사 차원의 제작투자 시 어려움이 많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 9월 19일 후원 협약식을 가졌다.

당시 정 대표는 본사 기자와의 만남에서 "히말라야 8000m 14좌를 모두 오른 사람은 여러명이지만 14좌를 모두 무산소로 등정한 사람은 국내에서 김창호 대장 뿐"이라며 "이번 산악다큐영화 ‘히든밸리’는 김창호 대장이 구르자히말 등정 과정과 산악인생을 카메라와 드론으로 촬영해 현장감 있는 영화가 될 것"이라며 큰 기대감을 나타냈었다.

특히 정 대표는 이번 후원을 앞두고 "아직은 단독으로 영화에 직접 투자하기에는 힘이 모자라지만 후배들이 만들어 가는 산악등정 역사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다"며 "앞으로 사업을 더욱 알차게 성장시켜 한국 산악회 발전에 힘을 보태는 것이 꿈"이라는 계획도 함께 밝혔었다.

특히 그는 이런 꿈을 밝히면서 "이번 ‘히든밸리’가 안전등반과 수준있는 산악다큐영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던 터라 이번 사고가 더욱 안타깝다.

그는 이번 다큐 촬영을 현지에서 직접 보기 위해 올 봄부터 내연산을 오르내리며 그동안 사업을 하느라 흐트러진 체력을 다듬는 등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날 비보가 전해졌다.

산악인으로서도 열정을 불태우던 그는 지난 1999년 GE에너지코리아·PAUL WURTH 등 글로벌 기업들과 손잡고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업계 설비, 월성원전 등에 대한 컨트롤 밸브 및 관련 플랜트 공급 및 정비지원을 중심으로 한 밸브 및 Coke플랜트 전문업체를 창업했다.

이후 착실하게 기업을 성장시켜온 정 대표는 포스코켐텍·포스코 등과의 거래규모가 커지면서 지난 2008년 포항시 남구 대송면에 포항공장을 만들었다.

이어 지난 2014년 브라질 CSP일관제철소 Coke Plant공급계약(주계약사 PWIT) 체결 등 사업이 더욱 확장되면서 지난해 1월 포항철강공단 4단지에 공장을 이전, 보다큰 도약을 꿈꿔 왔다.

특히 발전 및 Oil & Gas분야 고온고압용 밸브와 관련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춘 GE DRESSER사와 협력관계를 통해 정비 등 각종 분야에 참여하고 있으며, 밸브 및 구조용 금속제품 제조 및 수리 관련 ISO9001(품질경영)과 14001(환경경영)인증을 받는 등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경쟁력을 강화시켜 왔다.

당시 포항공장 이전 개소식에 정준모 대표는 "세계는 지금 IT산업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면 성장을 지속하기 어려운 시기가 됐다"며 "우리 회사는 글로벌 대기업 만큼은 할 수 없겠지만, 이들 업체와의 연계를 통해 기술집약적이고 부가가치 높은 전문화를 통해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이 될 수 있도록 힘을 쏟을 것"이라는 당찬 각오를 밝히기도 했었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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