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등반 도중 사망한 한국인 원정대원 5명 중 임일진 다큐멘터리 감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영화계도 슬픔에 잠겼다.

임 감독은 김창호 대장이 이끄는 ‘2018 코리안웨이 구르자히말 원정대’ 등반을 촬영하기 위해 원정대원으로 참여했으나, 13일 새벽(현지시간) 해발 3천500m 지점에 있는 베이스캠프 인근에서 다른 원정대원 5명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임 감독은 18년째 산악 영화를 전문으로 촬영했으며, 아웃도어·익스트림 스포츠 관련 영상물을 제작하는 엑스필름 대표이기도 하다.

그는 2015년 개봉해 775만 명이 관람한 영화 ‘히말라야’ 특수촬영(VFX) 원정대장으로 참여해 한 달가량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머물며 눈사태와 크레바스, 빙하 등 다양한 현지 그림을 카메라에 담았다.

‘히말라야’ 제작사 관계자는 13일 뉴스와의 통화에서 “임 감독은 평소에는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이지만 산에 오르면 엄청난 리더십과 책임감을 보여줬다”며 “오늘 비보를 접하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봄 영화 히말라야의 CG용 소스를 촬영하는 팀 원정대장을 맡았는데 눈보라가 몰아치는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임 감독 덕분에 충분한 그림을 촬영할 수 있었다”며 “우리 영화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해줬다”고 덧붙였다.

임 감독은 1988년 한국외국어대 산악부에 들어가면서 산과 인연을 맺게 됐다. 이후 파키스탄 스탠픽(7천20m)·가셔브룸(7천147m), 네팔 촐라체(6천440m)·에베레스트(8천848m) 등을 등반하며 장엄한 대자연을 렌즈에 담았다.

그는 2002년 ‘브리드 투 클라임’을 시작으로 2005년 ‘렛츠 겟 펌프드’, 2007년 ‘어나더 웨이’ 등의 작품을 발표했으며 2008년 ‘벽’으로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이탈리아 트렌토 국제산악영화제 특별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는 산악인 전양준 씨를 주인공으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부가부에서 촬영한 것으로 암벽을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임 감독은 이후 ‘알피니스트’(2017)로 제2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 제13회 서울환경영화제 등지에 초청받았으며, 최근에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장편 극영화 ‘북한산 다람쥐’를 제작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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