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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기환 동남부권본부장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제46회 신라문화제가 5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당초 7일간 열릴 예정이었던 이번 문화제는 태풍의 영향으로 2일간 중단됐지만, 비교적 성공적인 행사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주시도 행사 기간 동안 35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몰려 새롭게 변모한 신라이야기 축제에 대한 옛 명성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올해 신라문화제가 나름대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내려지는 것은 무엇보다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시민과 함께하는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치중한 데서 답을 찾을 수 있다.

1962년부터 시작된 신라문화제는 한동안 우리나라 대표축제로 경주 전체가 축제의 장이 됐다. 행사 기간 내내 시가지는 가장행렬을 비롯한 다양한 행사를 관람하기 위한 인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근래 들어 경주세계문화엑스포와 격년제로 열리게 되면서 국민의 관심과 참여가 자연스레 감소했다.

우리나라 대표 축제에서 점점 밀려나는 것은 당연했다.

경주시는 이러한 위기에 처한 신라문화제의 부활을 위해 올해를 대표 명품축제로 자리매김하는 원년으로 삼는다는 각오로 총력을 기울였다. 무엇보다 새롭고 다양한 신라 이야기 콘텐츠와 아이템을 마련, 과거의 행사 답습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눈에 띈다.

올해 신라문화제가 예전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은 첨성대 축조 과정을 스토리텔링화 해 7일간의 모든 일정을 꾸민 점이다.

첨성대를 축조하는데 온 나라 백성들이 참여해 다양한 공연으로 준공 때까지 잔치마당을 벌이는 축제 속에서 첨성대가 지어졌다는 것이 주된 테마였다.

이런 퍼포먼스 속에 주령구 컬링존, 육부촌 저잣거리, 국악공연을 비롯한 이채로운 체험 프로그램도 부대행사로 마련했다.

이번 신라문화제가 시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호응을 얻으면서 옛 명성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신라문화제가 우리나라 우수축제 또는 글로벌 축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직 부족함이 없지 않다. 모든 축제는 시민이 주인공이 돼야 성공한 축제지만, 이번에도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시민들의 모습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글로벌 축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외국인들의 참여도 필수다. 하지만 행사장을 찾은 외국인은 오히려 평소보다도 뜸해 아쉬움이 남았다. 소중한 문화유산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외국 단체관광객 유치를 위한 시간과 노력을 더 투자해야 한다.

예산 확보도 축제의 성공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100억 가까운 유등축제와 82억인 백제문화제에 비해 이번 신라문화제는 23억으로 치렀다. 달라진 콘텐츠와 관계자들의 열정으로 35만 명의 인파를 끌어모은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콘텐츠와 열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겉치레 행사로의 전락을 방지할 수 있도록 여유 있는 예산을 확보하는 방안 마련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어쨌든 이번 신라문화제가 옛 명성을 되찾은 행사였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전국 우수축제로 가는 길은 결코 순탄치 않다는 것을 관계자들은 누구보다 깊게 인식해야 한다. 전국 지자체에서 개최하는 주요 축제는 900여 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80여 개에 불과한 우수축제, 나아가 글로벌우수축제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더욱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진정한 명품 축제로의 부활을 위해서는 경주시, 경주시의회는 물론 시민들과도 수시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

소통과 공감으로 큰 변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기환 동남부권본부장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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