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코리안웨이 개척하다 숨져…14일 동반자 시신 모두 수습 완료

정준모 히든밸리 제작 후원 협약.jpeg
▲ 13일 히말라야 구르자히말 원정대 참사로 숨진 포항철강공단내 밸브전문업체인 Y사 정준모 대표(오른쪽)가 지난 9월 19일 히든밸리 임일진 감독과 제작 후원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 가운데 김창호 대장.
지난 13일 히말라야 등반 도중 숨진 한국 원정대원 중 김창호 대장과 정준모 한국산악회 이사가 각각 경북 예천 출신에 포항의 한 철강기업 대표인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는 가운데 네팔인 가이드 등 총 9명에 대한 시신 수습이 14일(현지시간) 마무리됐다.

주네팔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이날 “구조대가 오전 10시 30분(한국시간 오후 1시 45분)께 시신 9구 가운데 3구를 먼저 수습해 인근 마을로 이송했다”며 “남은 6구도 차례대로 모두 이송해 오전 11시 30분께 수습 작업을 마쳤다”고 밝혔다. 구조 헬리콥터는 현지시간으로 오전 7시 15분 이륙해 오전 8시께 사고 현장인 히말라야 다울라기리 산군(山群) 구르자히말 봉우리에 도착, 시신 수습 작업을 벌였다. 구르자히말 봉우리는 네팔 제2의 도시인 포카라의 북서쪽으로 직선거리 70여㎞ 지점에 위치해 있다.

대사관은 전날 오전 소형 헬기를 띄워 수색한 결과 해발 3500m 지점에 자리 잡고 있던 베이스캠프 인근에서 원정대의 시신을 발견했다.

하지만 소형 헬기로는 작업이 어려워 같은 날 중형 구조헬기를 동원해 수습을 마쳤다. 수습된 시신은 사고 현장 인근의 착륙 가능한 마을에 차례로 안치됐으며 이들 시신은 네팔의 수도인 카트만두로 옮겨질 예정이다.

한편, 이번 사고로 숨진 김창호 대장이 이끄는 한국 원정대는 지난달 28일 코리안루트를 개척하는 산악 기록영화 촬영을 목적으로 히말라야에 올랐다가 눈 폭풍에 휩쓸리면서 급경사면 아래로 추락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고 김창호(49) 대장은 예천군 감천면 출신으로 한국인 최초 황금피켈상 심사위원 특별상, 대한민국 산악대상 등을받은 대한민국 대표 산악인이다. 그는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세계 최단기간 무산소 완등, 네팔 히말라야 강가프라나 신루트 ‘코리안 웨이’ 개척 등 여러 기록을 세운 바 있는 그의 좌우명은 ‘집에서 집으로(from home to home)’였다. 산 정상에 오른 것이 끝이 아닌, 집까지 안전하게 돌아와야 비로소 등반이 성공했다는 뜻을 담고 있지만 그는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말았다.

이외에도 한국적인 등반 스타일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등 한국 산악문화 발전에 앞장서온 그의 비보를 접한 수많은 산악인들과 온라인 등에는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다.

김 대장과 함께 히말라야에 오른 고 정준모(54)씨는 한국산악회이사이자 포항시 남구에 위치한 철강공단 내 밸브전문업체의 대표다.

정 대표가 이번 원정대에 동참하게 된 이유는 이번 사고로 숨진 엑스필름 임일진 감독이 추진해 온 산악다큐영화 ‘히든밸리’제작 후원을 한 인연으로 짐작된다.

그는 올봄 후배인 김창호 대장으로부터 임일진 감독이 기획한 영화 제작 투자 제의를 받고 회사 차원의 제작투사 시 어려움이 많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달 19일 후원 협약식을 가졌다.

당시 정 대표는 “아직 단독으로 영화에 직접 투자하기엔 힘이 모자라지만 후배들이 만들어 가는 산악등정 역사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수 있어 다행스럽다”며 “이번 ‘히든밸리’가 안전등반과 수준 높은 산악다큐영화로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던 터라 이번 사고를 접한 지역민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이종욱,이상만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정치, 경제, 스포츠 데스크 입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