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업소 손님과 경찰관 휴대전화 번호를 1천800만개나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어 업소들에 제공하던 일당이 경찰에 붙잡힌 가운데 이들의 번호 수집 규모와 방법에 관심이 쏠린다.

취재 결과 성매매업소들과 DB 제작업체는 자동으로 모든 전화번호부를 공유하면서 DB 규모를 쌓는 식으로 상부상조했고, DB 앱은 성매매 문의 전화가 걸려오면 온라인 검색으로 간단한 신상정보를 알려주는 기능까지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도의 첨단범죄로 진화하는 성매매 시장에 수사 확대가 시급해 보인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은 성매매업소 이용객과 단속 담당 경찰관 전화번호 데이터베이스를 스마트폰 앱 형태로 성매매업소 800여곳에 판매한 혐의로 A씨 등 2명을 구속하고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이 구축한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휴대전화 번호는 약 1천800만개에 달했다. 이는 유사한 범행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매매업소 측에서 손님들 휴대전화 번호를 장부로 만들어 관리한 것은 이동통신이 탄생한 이후로 계속 있었던 일이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로는 ‘성매매 단골’ 전화번호부도 서서히 데이터화됐는데, 수년 전부터는 이를 아예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서 스마트폰 앱으로 만들어 파는 전문 업체가 등장했다.

지난해 서울경찰청이 성매매 손님과 경찰 전화번호 약 495만개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전국 성매매 업주 448명에게 판매한 일당을 검거하기도 했다.

경찰 안팎에 따르면 이런 ‘단골손님·경찰관 전화번호 데이터베이스’의 기능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우선 이 앱은 앱 자체에 일종의 ‘악성코드’가 심겨 있어서, 앱을 설치하는 휴대전화의 전화번호부와 문자메시지 기록이 앱을 만든 업체 쪽으로 자동으로 전송된다.

성매매업소 관계자가 앱을 이용하면 해당 휴대전화에 저장되는 단골손님들 전화번호는 물론, 성매매를 하려고 문의하는 사람들이 ‘오늘 예약되나요’ 등으로 짧게 보내는 메시지 내역까지 모두 DB업체로 전송되는 것이다.

성매매업소 관계자들도 물론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어차피 이들은 업무용 휴대전화가 따로 있으므로 사생활이 유출될 우려가 없었다.

오히려 성매매업소 입장에서는 DB업체에 앱 사용료 월 15만원만 내면 다른 업소에 방문했던 손님들 전화번호까지 구할 수 있는 셈이었다. DB업체와 성매매업소들이 서로 ‘윈윈’했던 것이다.

성매매 업주들은 단속담당 경찰관의 번호를 알게 되면 ‘경찰’, ‘짭새(경찰을 뜻하는 비속어)’ 등으로 저장해뒀다. 이런 번호 역시 DB를 통해 다른 업소들에 공유되면서, 업주들은 경찰 번호까지 공유할 수 있었다.

또 충격적인 사실은, 과거 성매매 이용 내역이 없는 새로운 번호에서 전화가 걸려오면 앱이 이 번호를 구글·네이버 등에서 자동으로 검색해 번호 주인의 간단한 신상을 알려주는 기능까지 있다고 한다.

원래 페이스북 계정까지 검색이 됐는데, 페이스북이 전화번호로 사람을 검색하는 기능을 없애면서 이제 페이스북은 뜨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DB 앱은 일반인이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받을 수는 없다. 성매매 업계 관계자들은 알음알음 DB 업체 측 전화번호를 구한 다음, 성매매업소 관계자임을 인증하고 나서 앱 설치 주소(URL)를 구매한다.

성매매업소 단속을 담당하는 한 경찰관은 “내 업무용 번호도 앱에 등록돼 있더라”면서 “성매매 산업이 첨단범죄로 진화하고 있어서, 현장 단속 위주인 지금 수사 방식으로는 성매매 근절이 힘들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다른 경관은 “성매매 업주들은 1년에 수억원을 버는데 잡혀봤자 길어야 2∼3년 징역을 사니까 출소하면 또 성매매 산업으로 돌아간다”면서 “앱을 만드는 범행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치기도 한다. 성매매 관련 범행 전반의 처벌 강화가 시급하다”라고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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