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노무현 정부 당시 한국가스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으로 지역의 성장 거점을 조성,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전국 10곳에 혁신도시 건설이 확정됐다. 이 혁신도시 정책은 이전된 공공기관과 지역 대학 연구소 산업체 지자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클러스트 형태의 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이 같은 혁신도시 정책의 근본 취지가 무색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저 서울이나 수도권의 공기업이 새로운 도시에 번듯한 건물로 옮겨와 일을 하는 하나의 단순한 오피스건물 지역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 동구 신서혁신도시로 이전한 한국가스공사(이하 가스공사)의 예가 그 대표적 사례다. 가스공사는 공기업의 지방이전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대구로 온 가스공사는 이전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지역경제 기여도가 매우 낮다. 자유한국당 곽대훈 의원이 가스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가스공사가 3년 간 발주한 455건의 공사 중 대구의 기업이 참여한 건 고작 8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으로 치면 전체 1조1419억 원 중 25억8000만 원으로 1.8%에 불과하다. 이 수치 하나만 봐도 가스공사가 지역으로 이전한 기업이 맞는지 의문을 갖기에 충분하다.

용역 분야 총 794건 중 지역 기업과 함께 한 건수는 17건으로 2.1%, 물품 분야도 2195건 중 40건으로 1.8% 수준이었다. 이전 작업 과정에 이뤄진 수많은 공사와 용역들을 대부분 타지의 업체들이 차지했다는 얘기다. 혁신도시 건설의 본래 취지가 무색한 것이다.

가스공사는 대구 기업과의 연구개발 또한 미온적이기 짝이 없다. 가스공사의 최근 5년 간 연구개발 현황을 보면 모두 39개 과제 중 대구 기업과는 단 한 건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타지역 업체와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실적을 보면 가스공사를 지역 공기업이라고 부를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가스공사는 중소기업 기술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와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기술혁신지원 사업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음이 드러났다. 지역 기업의 기술 수준이 낮아 사업에 참여를 시키지 못했다는 가스공사 측이 300인 이상 대규모 연구개발 예산을 운용하는 공공기관이 연구개발 예산의 일정 비율 이상을 중소기업에 지원토록 의무화했지만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이 사업은 중소기업에 사업예산 중 30% 이상, 혹은 사업예산 중 10억 원 이상을 지원하거나 구매조건으로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가스공사는 지난 2년간 목표를 미달했고, 지난해는 유일한 미달기관이었다.

가스공사는 ‘이전 공공기관과 지역 대학 연구소 산업체와 지자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한다’는 혁신도시 건설의 기본 취지와 전혀 맞지 않은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가스공사는 공기업 지방이전의 본래 취지를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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