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중 1대 '적합' 판정 받고도 리콜조치

박재호 국회의원
국토교통부의 자동차안전기준 자기인증 적합조사가 오히려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4년간 국토교통부의 자동차안전기준 자기인증 적합조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승용차 3대 중 1대꼴로 뒤늦게 제작결함이 발견돼 리콜 조치된 것이다.

자기인증 적합조사는 자동차 제작·조립·수입자가 자동차 관리법에 따른 자동차안전기준에 적합함을 스스로 인증해 판매한 자동차의 실제 기준 충족 여부를 국토부가 성능시험 대행자(연구원)로 하여금 조사하는 제도다.

부적합 사항이 확인될 경우 과징금이 부과되며, 이를 시정조치 하는 자동차 사후관리제도 중 하나다.

이를 위해 공단은 국토부로부터 매년 40억 원 안팎의 국비를 지원받아, 20종·70대가량의 시험자동차를 구매하고 있다.

1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재호(더불어민주당, 부산 남구을) 의원이 교통안전공단(이하 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공단 소속 자동차안전연구원(이하 연구원)이 실시한 자기인증 적합조사 결과, 적합 판정을 받은 국산 및 수입 승용차 50종 중 15종에서, 완충·제동·조향장치 등에 관한 18건의 제작결함이 드러나 시정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제작·수입사별로는 현대자동차가 4종으로 가장 많았고, 기아자동차 3종, 르노삼성자동차와 피아트크라이슬러(FCA)가 각 2종,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혼다코리아가 각 1종씩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같은 차종에서 리콜이 두세 차례 반복되거나,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는 결함까지 확인돼 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연구원이 2016년 4월 구매해 적합 판정을 내린 현대자동차(주)의 투싼(디젤)과 기아자동차(주)의 스포티지(디젤)는 2017년 1월 뒷바퀴 완충장치 중 트레일링암의 강도 부족 등 제작결함으로 주행 중 소음이 발생하고, 제동 시에 쏠림현상으로 안전운전에 지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각각 리콜 조치됐다.

또한 2015년 4월 구매해 안전기준 적합 판정을 내린 피아트크라이슬러(FCA)코리아(주)의 지프 컴패스(가솔린) 차량의 경우 유압식 파워스티어링 호스를 고정하는 부품의 장착 불량으로 호스가 이탈돼 오일이 샐 때 조향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거나 화재 발생 가능성 때문에 2016년 3월 리콜 조치됐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자기인증 적합 판정이 난 차량에서 탑승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결함이 발견됐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인증제도가 형식적인 수준에서 운용돼왔다는 방증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험차 구매 규모를 확대하고, 전문 인력을 확충하는 한편, 안전기준에 의한 시험평가 항목도 크게 늘려 영역을 보다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며“특히 제작사나 수입사에 안전기준 적합성을 스스로 인증하는 자율성이 부여된 만큼, 제작결함 발생에 대한 더 큰 책임을 더욱 엄격히 물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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