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처방때 우울증 확인해야

경구 피임약(호르몬제제)이 자살 행동 위험을 13%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연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정선재·김현창 교수팀은 지난 2007~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20세 이상 여성 2만7067명을 대상으로 피임약 복용이 자살 생각 및 자살 시도에 미치는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5일 밝혔다.

국내에서 피임약과 우울증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분석에 따르면 전체 조사 대상자의 15%(4067명)가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했으며 이들 중 19.9%(812명)가 피임약을 복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자살 생각 혹은 시도가 없었던 여성 중 피임약을 복용한 비율은 15.2%에 그쳤다.

연구팀은 위의 통계치를 사회경제적 요인, 생활습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더라도 피임약 복용 자체가 여성의 자살사고 및 행동을 13% 가량 높이는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이번 연구를 통해 기존에 우울증을 겪고 있던 여성들이 피임약을 장기간 복용할수록 자살 충동 위험이 더 커진다는 연관성도 확인됐다.

경구 피임약이 자살이나 우울증 위험도를 높이는 것과 관련해 이들 약물이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축 관련 신경전달물질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까지 규명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의사가 피임약을 처방할 때 해당 여성이 우울증이나 자살 시도 이력 확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에는 먹는 피임약을 생리불순·난소암 등의 예방을 위해 투약하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어 위와 같은 확인 절차의 중요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선재 교수는 “피임약 복용이 이후의 자살 충동성에 영향을 줄 수도 있으나 동시에 정신건강이 취약한 여성들이 경구피임약을 더 소비할 수 있다”며 “다만 두 가지 경우 모두 경구피임약을 사용하는 여성들의 정신건강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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