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사내가 아귀를 개에게 던졌다
거참, 잡아먹히는 것이 무슨 배짱으로 아가릴
쩍쩍 벌리며 죽음에 맞서다니
도대체 저 물고기는 선걸(禪傑)쯤이라도 되나

더 큰 죽음 앞에 입 벌리는 일이란
언젠가 더 큰 아가리에 들어갈 날이
있을 거라는 선문답 어디쯤이다

아귀, 아귀, 아귀(我歸) 연달아 이어지는 독경 소리
널따란 판자때기에
입 다물지 못하고 널려 있는 / 아귀도 세상

생과 사를 돌리는 이승의 허가장이라도 쥐고 있나
허연 배의 근육 눌러 / 잠시 生을 기대었던 판자 선판(禪板)에
탁본 뜨듯 지느러미 꼬리까지 선명히 찍어 놓았다

허공에 하품을 찍어 대는 개에게도
또 다른 죽음이 입으로 몰려온 거다
죽음으로 몰고 가는 저 힘으로
바다 사내가 누는 똥은 텀벙, 물고기로 환생할 것이다

*네 똥은 내 물고기로구나! : <삼국유사> 義解 제5



<감상> “내 것 아닌 것을 욕심 내지 마라. 그것이 바로 아귀지옥이니라.” 생전의 어머니가 나에게 자주 하시던 말이다. “아귀, 아귀, 아귀”라는 독경소리는 내가 돌아갈 곳이란 뜻으로 죽음의 입을 가리키는 것이다. 사내가 누는 똥은 자연스럽게 물고기로 환생하고 죽음의 아가리를 통과한다. 바다라는 공간은 그렇게 윤회하고, 그 속에 바다사내가 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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