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식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이 용마루 끝에 배치하는 장식기와 치미 중 크기가 작은 소형 치미는 휴대용 법당인 불감(佛龕)에 사용했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해 주목을 받고 있다.

또 경주 동궁과 월지에서 출토한 ‘불감제일’(佛龕第一) 현판과 연봉우리 장식, 소형 불상과 소형 치미를 근거로 신라가 전각 형태 주자(廚子·불감)를 만들었다는 분석도 제기했다.

한국기와학회장을 지낸 김유식 학예연구관은 국립부여박물관이 특별전 ‘치미, 하늘의 소리를 듣다’와 연계해 19일 개최하는 학술심포지엄에서 ‘한국 고대 치미 변천과 전각형 주자 발생’에 대해 발표한다.

17일 배포된 발제문에 따르면 김 연구관은 “지금까지 실내 닫집에 썼다고 막연하게 추측한 높이 10∼20㎝ 소형 치미는 실내용 주자에 사용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립경주박물관에는 높이가 12.8㎝, 10.3㎝인 소형 치미 두 점이 있다. 이 가운데 10.3㎝ 높이 치미는 일부가 훼손됐으며, 형태와 장식을 보면 통일신라시대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김 연구관은 “높이 10.3㎝인 소형 치미는 치밀하게 문양을 넣고 홈을 팠다는 점에서 경험 있는 숙련공이 설계도면을 참고해 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경주박물관 소형 치미가 일본 호류사(法隆寺)에 있는 옥충주자(玉蟲廚子) 치미와 크기와 기법이 매우 유사하다고 강조했다. 7세기 무렵 한반도 영향을 받아 제작했다고 알려진 옥충주자는 높이가 226.6㎝인 불감으로, 치미 높이가 12.2㎝다.

김 연구관은 월지에서 나온 ‘불감제일’ 현판도 불감에 쓰인 유물이라고 설명했다. 불감제일 현판은 가로 4.9㎝, 세로 8.6㎝인 직사각형 안에 글자를 새기고, 바깥은 연꽃무늬로 장식했다.

그는 “불감제일 현판은 불감 상층 건물의 정면 처마 아래에 부착했을 것”이라며 “출토할 당시에는 주칠 흔적이 확인됐는데, 불감도 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역설했다.

김 연구관은 월지 출토품인 칠기 연봉우리 장식도 주목했다. 이 유물은 연꽃잎 8개로 이뤄졌는데, 칠이 탈락한 부분은 나전을 활용해 나비와 초화(草花) 무늬를 넣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는 “연봉우리 장식은 대형, 중형, 소형 연꽃잎이 각각 발견된 점으로 미뤄 세 겹으로 구성됐을 것”이라며 “3단 연봉우리 장식 중앙에 소형 불상을 모셨다고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봉우리 장식을 펼치면 직경이 30㎝ 정도 된다”며 “일본 옥충주자 2층 공간의 짧은 변 길이가 34㎝여서 이 장식을 충분히 넣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관은 “한국에는 고대 주자가 현존하지 않지만, 소형 치미와 월지 출토 유물 조합을 보면 신라는 주자를 다수 제작했을 것”이라며 “통일신라시대 궁중에서 수공업을 담당한 기관이나 조직이 협업해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연구자들이 다양한 연구 성과를 설명한다.

백제 치미 특징과 변천, 황룡사터 출토 대형 치미에 대한 건축학적 검토, 금강사 출토 치미 조성성분과 제작연대 추정, 중국 고대 건축 장식기와 발전 양상, 일본 치미 전개에 관한 발표가 진행된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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