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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지방자치단체 또는 민간기업이 정부에서 금융 등의 지원을 받아 건설하는 주택이 있다. ‘5년 공공임대’ 또는 ‘10년 공공임대’라 한다. 당첨된 세입자가 5년 또는 10년 동안 살다가 5년 또는 10년 후에 우선적으로 분양받을 수 있는 주택이다.

주거운동 단체나 시민단체에서는 5년 공공임대, 10년 공공임대를 공공임대주택이라 부르지 않는다. 5년 임대주택은 2년 반 또는 5년 지나면 분양되고 10년 임대는 5년 또는 10년 지나면 분양되는 후분양 주택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통계로 잡아 실상을 왜곡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공급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뻥튀기를 한다. 국민 속이는 행동이다.

10년 임대의 또 다른 문제는 분양가가 분양원가에 기초하는 것이 아니라 분양 당시의 감정가가 기준이라는 점이다. 법률에 ‘감정가를 초과할 수 없다’라고 되어 있는 탓에 시가에 근접하는 액수로 책정된다. 감정기관의 적격성 문제도 있다. 사실상 분양주택이고 분양가가 시가에 가깝게 매겨지는 주택을 어떻게 공공임대주택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

주거권이 유린되는 한국에서 세입자로 살기가 얼마나 힘든가. 2년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오면 가슴이 쿵쾅쿵쾅 하고 일이 손에 안 잡히고 마음이 어지럽다. 나가라고 하지는 않을까 많이 올려달라고 하면 어떡하나 하고 불안해한다. 주거권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이 대안이다 생각하고 선택한 주택이 바로 10년 공공임대주택이다.

10년 공공임대 거주자들이 들고일어났다. 5년 또는 10년 살았지만 입주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적게는 5년 많게는 10년 살면 ‘내 집’ 된다고 해서 비싼 임대료와 관리비 내고 청약통장 효력 상실까지 감수하면서 선택한 건데 ‘내 집’이 아니라 ‘남의 집’이 되게 생겼기 때문이다.

10년 지나는 사이 집값이 1, 2억 뛴 경우도 있어 입주자들이 분양전환가를 감당할 수 없다. 법률에 ‘감정가 이하’로 분양한다고 되어 있는 탓에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 국가의 지원을 받아 지은 주택이지만 분양가를 시세에 근접하도록 책정한 탓에 ‘집’에서 계속 거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공공주택이라고 해서 들어왔는데 주거권의 핵심이라 할 ‘계속 거주권’을 사실상 부정당하고 있다.

공공기관인 LH마저 분양원가에 기초해서 분양하지 않고 시가에 근접하는 가격으로 분양가를 책정하는 바람에 LH ‘10년 공공임대’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이 화가 많이 났다. 공공기관이 주거권 보장과 주거안정을 위한 길을 가는 게 아니라 사기업처럼 ‘집 장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거주자들은 LH가 서민을 상대로 ‘갭 투기’하는 거냐고 묻고 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10년 공공임대’ 분양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약집에 ‘10년 공공임대주택의 분양전환 방식 개선’이라고 나와 있다. 집권한 지 1년 반이 되었지만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여러 차례 수천 명이 모여서 공약준수와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고 청와대 게시판에 국민청원을 해도 꿈적도 하지 않는다. 헛공약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지금 바로 ‘10년 공공임대’ 거주자들과 만나서 구체적인 공약이행 방안을 내어놓아야 한다.

‘5년 공공임대’ 분양가에 대한 법률 규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감정가와 원가의 산술평균을 기준으로 하고 감가삼각도 반영해서 결정한다. 현재 10년 공공임대에 사는 사람들은 5년 공공임대에 적용하는 규정에 맞추어 분양가를 결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루빨리 응답해야 할 문제다.

정치는 신뢰가 생명이다. 신뢰를 잃으면 모든 걸 잃게 된다.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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