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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호순병원 원장

옛날 독일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전해진다. 그 마을에 부자인 상인이 있었고 가난한 농부가 있었다. 상인은 좋은 옷에 값비싼 보석으로 치장을 하며 부를 과시했고 가난한 농부는 그것을 부러워하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지냈다. 어느 날 한가한 시골 길에서 그 상인과 농부가 마주쳤다. 농부는 그 상인의 옷차림과 보석들이 너무나 부러워 이성을 잃고 갑자기 강도로 돌변하게 되었고 마침 자기가 가지고 있었던 칼로 그 상인을 해치우고 말았다. 그 사실을 본 것은 마침 지나가던 새 한 마리와 들판에 피어 있던 들풀들뿐, 사방은 고요했다. 농부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지만, 그 상인이 죽어가면서 했던 마지막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그 말은 “엉겅퀴가 내 대신 복수 해 줄 것이다”라는 말이었다. 도대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엉뚱한 말이었다. 농부는 상인의 옷과 보석과 돈을 급히 챙기면서도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하려고 애를 썼지만 도대체 알 수 없었다. 그 후 농부는 부러운 것을 얻기는 했으나 행복하지가 않았다. 자신이 저질렀던 일에 대한 죄책감과 두려움 때문에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특히 그 상인이 했던 말 중 엉겅퀴가 어떻게 복수를 할지 정말 궁금하고 불안했다. 그 후 농부는 들판에 피어 있는 엉겅퀴만 보면 두려웠다. 그래서 엉겅퀴를 밟지 않으려고 애를 쓰면서 들판을 다녔다. 그 모습이 너무나 이상하고 엉뚱해 보였으므로 마을 사람들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이유를 마을 사람들이 물을 때마다 “말해 줄 수 없지. 물론 엉겅퀴도 그 이유를 말하지 않을 테니까”라는 알 수 없는 말로 횡설수설했다. 엉겅퀴는 들판에 지천으로 피고 농부는 갈수록 묘하고 이상한 행동이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 농부의 갈수록 이상해지는 행동의 이유를 계속 캐묻게 되고 엉겅퀴 때문에 거의 반정신이 나간 농부는 자신의 범죄 사실을 털어놓게 되었고 결국 그 농부는 죗값을 물게 되었다. 마침내 엉겅퀴가 복수를 하게 된 것이다.

‘강박장애’라는 병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특정한 생각이나 행동이 원치 않아도 시도 때도 없이 반복되어 나타나서 불안하게 만드는 병이다. 이때 강박적 생각은 매우 엉뚱하며 침투적으로 뇌리를 파고들어 지워지지 않고 힘들게 한다. 자신의 의지로는 그 생각을 안 하고 싶으나 그럴수록 더 생각이 나는 참으로 이상한 현상이다. 앞의 얘기에 나오는 그 농부는 ‘엉겅퀴의 복수’라는 말이 뇌리에 침투적으로 파고들었고 자신이 원치 않아도 수시로 반복되어 생각이 났을 것이다. 강박적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그 생각에 대한 반응으로서 엄격하게 규칙을 정해서 실행하는 반복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주로 손을 씻는 다거나 확인을 한다거나 정돈하거나 균형을 맞춘다거나, 그렇게 함으로서 불안이 감소되기를 기대하면서 불합리한 줄 알면서도 반복하게 된다. 그 농부는 엉겅퀴 생각이 날 때마다 불안해서 그 근처에도 안 가는 행동을 택했을 것이고 그래도 그 생각은 반복해서 괴롭혔을 것이고 그럴 때 마다 엉겅퀴를 더 피하게 되는 행동들이 강화되었을 것이다. 결국 자신의 그런 행동들이 남의 눈에 띌 수밖에 없었고 그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의해 추궁당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생각을 안 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생각이 나는 병이 강박사고라 하고 그 생각을 잊어버리기 위해 행동으로 반복하는 현상을 강박행동이라 하며 강박장애는 이 두 가지가 같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도 자신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 병, 강박장애는 참 불편한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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