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의원들의 의정비를 주먹구구식으로 마구 올리고 있어서 지방자치제도 시행 초기의 순수성을 잃고 있다. 장기 경기침체로 지역민의 삶의 질은 계속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의원들의 의정비 인상이 적절한가 하는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다 합리적인 규정도 없이 ‘몇 년간 인상을 않았으니 올해는 많이 올려야 한다’는 식의 인상 주장도 문제다. 이 뿐 아니라 각 지방의회 마다 인상률 또한 천차만별이어서 합리적 해결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지난 1991년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될 때 지방의원은 무보수 명예직이었다. 무보수 명예직이라지만 당시에도 회의 참석에 따른 수당이 지급됐다. 2006년에는 지방의원의 전문성, 책임성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월정 수당으로 변경되면서 사실상 월 급여나 마찬가지인 유급제도가 도입됐다. ‘의정비’라는 명목으로 받는 경비는 지난 2008년 자치단체의 재정력 지수와 인구 등을 고려한 법정 기준액이 제정됐고, 의정비를 심의할 때 의무적으로 주민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토록 명시했다.

이제는 지방의회 의정비 인상이 의회가 새롭게 시작할 때마다 단골로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의정비 인상은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따라 인상이나 동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의정비심의위원회를 열어야 한다. 하지만 각 지자체는 주민의 소득 향상이나 의정활동 등을 고려해 의정비 인상이 타당한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대구광역시의 경우 수성구의회와 달성군의회를 비교하면 이 같은 불합리와 문제점을 확인 할 수 있다. 수성구의회는 지난 8년 동안 25%가 증가한 반면, 달성군의회는 같은 기간에 7.3% 올리는데 그쳤다. 달성군의회의 경우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월정 수당을 동결한 것을 포함하면 8년 동안 오른 월정 수당이 총 155만 원인데 비해 수성구의회는 2011년부터 올해까지 월정 수당을 꾸준히 인상해 총 516만 원이나 된다.

같은 대구광역시 지역인데도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제각각인 의정비가 앞으로 더 제멋대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명시돼 있던 의정비 인상 근거인 기준액 산정방식도 폐지가 논의되고 있어 의정비가 기초의회 마음대로 조정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의정비 산정에 포함되는 인구수의 증감이나 재정력 지수 등이 고려되지 않고 근거 없는 공무원 임금 상승분을 적용하기도 한다. 일부 시군구의 경우 인구수가 줄고 재정력 지수가 낮아졌지만 의정비를 인상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행정안전부가 지방의회 월정 수당 제한을 푸는 등 지방자치법 시행령 일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근거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가운데 근거조차 없애면 의정비 인상을 제어할 방법이 사실상 없어지게 된다. 기존 의정비 산출 근거를 없앨 것이 아니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