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에 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한 그루는 스러질 듯 옆 나무를 부둥켜안았고

다른 한 그루는 허공을 향해 굳센 가지를 뻗었다

그 위에 까치집 두 채가 소슬히 얹혔다

강변에 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감상> 강변에 서 있는 두 그루의 나무는 아마 전생에 금슬 좋은 노부부였을 겁니다. 한 그루가 병들어 스러질 듯 옆 나무를 부둥켜안자, 옆의 나무는 더 굳세게 가지를 뻗습니다. 또한 까치집 두 채가 얹힐 정도로 옆의 나무는 아직 물기를 머금고 있고 생기가 있습니다. 일생을 함께 한 배우자를 끝까지 바라보고 지켜주는 게 바로 사랑이 아닐까요. 인간보다 오래 사는 나무도 이러할진대 사랑은 정으로만 되는 게 아니라 의리까지 수반되어야 합니다. 후생에 나도 누군가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거목이 되는 꿈을 꾼 적이 있답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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