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개헌 의지가 식고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국회는 여야 이해타산에 얽혀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대 국회 후반기 국정감사가 한창이지만 지지부진한 지방분권 개헌을 지적하는 의원은 찾아볼 수 없다. 국회 스스로 개헌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강력한 지방분권을 국정 목표로 설정하고 지방차지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 자치복지권 등 4대 지방자치권 개헌을 우선순위로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지방분권 개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지난 9월 정부는 1년에 걸친 숙의 끝에 ‘우리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을 목표로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을 추진하겠다는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주민주권 확대와 재정분권, 자치경찰제 도입 등이 주요 내용으로 국민의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퇴보한 계획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 때문에 국민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지방분권 개헌 각론이나 의지를 지적하는 의원들의 모습을 기대했지만 그런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지방자치단체의 존립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지방분권 개헌에 극히 소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야는 겉으로 지방분권의 핵심 정책으로 꼽히는 지방일괄이양법·자치경찰제 도입, 국세-지방세 비율조정 등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실질 논의에는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해찬 대표체제의 새 지도부가 출범한 이후 지난 9월 예산정책협의회 일정 등을 통해 정부의 지방분권 기조를 뒷받침하고 있다. 또, 지방분권을 법제화하고 여야 협의를 통해 문 대통령 재임 기간 지방 분권이 실질적으로 이뤄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야당 역시 지방분권을 촉구하고 있지만, 정부 여당의 기존 지방분권 기조에는 날을 세우며 아직 부족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야당은 현재 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이 지방자치 강화에 부족함이 있어 좀 더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주장이 당 대표 또는 지도부의 입을 통해 흘러나올 뿐 정작 국감장에서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고 있어서 실질적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국민 다수가 바라는 지방분권 개헌이 지지부진한데도 국감에서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점검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다. 국회가 앞장서서 지방분권 개헌의 골간을 바로 세워야 한다. 대통령 권력집중 문제나 재정분권 등의 문제는 정부가 주도해서 법안을 성안해서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남북미 간 비핵화 진행과 경제난 등으로 자칫 지방분권 개헌 의지가 식지 않을지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 지방분권 개헌 문제는 국회가 국감서부터 다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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