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서툴다 사는 일이 늘 그렇다
나무를 하다보면 자주 손등이나 다리 어디 찢기고 긁혀
돌아오는 길이 절뚝거린다 하루해가 저문다
비로소 어둠이 고요한 것들을 빛나게 한다
별빛이 차다 불을 지펴야겠군


이것들 한때 숲을 이루며 저마다 깊어졌던 것들
아궁이 속에서 어떤 것 더 활활 타오르며
거품을 무는 것이 있다
몇 번이나 도끼질이 빗나가던 옹이 박힌 나무다
이건 상처다 상처받은 나무
이승의 여기저기에 등뼈를 꺾인
그리하여 일그러진 것들도 한 번은 무섭게 타오를 수 있는가


언제쯤이나 사는 일이 서툴지 않을까
내 삶의 무거운 옹이들도 불길을 타고
먼지처럼 날았으면 좋겠어
타오르는 것들은 허공에 올라 재를 남긴다
흰 재, 저 흰 재 부추밭에 뿌려야지
흰 부추꽃이 피어나면 목숨이 환해질까
흰 부추꽃 그 환한 환생





<감상> 옹이 박힌 나무가 우리네 삶과 닮아 있지요. 부족하고 서툴고 상처받고 고통받는 우리의 삶과 별반 차이가 없어요. 한 번쯤 거품 물고 무섭게 타올라 자신의 상처인 ‘무거운 옹이들’도 먼지처럼 날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을 겁니다. 하여 남긴 재를 부추밭에 뿌리면 흰 부추꽃이 피어나듯이 자신의 삶도 상처를 딛고 환하게 밝아지겠지요.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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