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헌경 변호사.png
▲ 박헌경 변호사
우리나라는 세계 제1위의 저출산 국가로서 지난해 출산율이 1.05명이었고 올해 출산율은 1명 이하로 떨어져 지구 상에서 유일하게 출산율 0점대 국가로 추락하고 있다. 정부의 저출산 처방이 2,000개가 넘고 저출산 예산에 66조원의 혈세를 퍼부었으나 실제 다자녀를 키우는 가정에서조차 피부로 느끼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거액의 저출산 예산이 관료주의적 탁상행정의 결과로 쓸데없이 낭비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은 지금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원인을 알아야 대책을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국민 일반가정의 출산율은 1명 이하로 떨어지고 있지만 공무원 가정의 출산율은 2명 이상이라고 한다. 청년세대에게 안정된 직장이 제공되고 미래에 대한 불안을 줄여 준다면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청년세대에게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소득을 가져다주는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 시급하고 중요한 저출산 대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청년세대에게 소득에 비해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는 것도 출산의욕을 저하시키는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시도교육청 감사에 적발된 사립유치원 명단을 공개한 이후 여론이 들끓고 있다. 유치원 교비가 원장의 외제차 유지비와 술집 및 숙박업소 등에서 사용되는 경우도 있고 교비로 명품백을 사거나 성인용품 등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드러난 비리는 사립유치원 일부의 문제가 아니다. 사립유치원은 매년 누리과정 예산 등 2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지원받고 있다. 막대한 국민 혈세가 투입되고 있는 만큼 투명한 회계시스템이 도입되고 철저한 관리·감독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사립유치원의 회계를 감시할 방법은 전무한 실정이다.

사학비리는 비단 사립유치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립유치원 비리를 계기로 초중고 및 대학에 이르는 사학비리를 저출산 문제와 연계하여 근본적 대책을 세워야 할 시점이다. 저출산으로 인하여 학교가 소멸되어 가는 현시점에 교육제도에 대한 대개혁을 검토해야 하는 것이다. 자녀를 둔 청년세대가 사교육비 등 교육비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자녀를 교육시킬 수 있도록 교육제도에 대한 근본 개혁을 해야 한다. 그 개혁은 유아원에서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국공립학교와 사립학교에 대한 확실한 이원화 분리 정책이다.

현재는 국공립학교뿐만아니라 사립학교에 대하여도 국가의 공적자금이 지원되고 있다. 예를 들어 사립유치원에 대한 2조원이 넘는 예산 지원은 사립유치원 운영자금의 45%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정부의 철저한 관리·감독도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만 실제는 그렇지 못하다. 국가관리 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은 초중고와 국공립유치원에서만 사용되고 있고 사립유치원은 민간회계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막대한 국민 혈세가 투입되고 있으나 투명하지 못한 회계감시 시스템으로 인하여 사립유치원 비리가 만연해져 왔다. 회계감시시스템은 투명하지 못하면서 교육당국의 사립학교에 대한 교육행정 간섭은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유아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사립학교와 국공립학교를 완전히 분리 이원화하여 사립학교에 대한 공적자금의 지원은 모두 끊어야 한다. 대신 사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교육당국의 사립학교 교육행정에 대한 불필요한 간섭을 모두 없애야 한다. 사립학교는 사학재단의 건학이념에 따라 학생을 교육하도록 하고 학비나 대학 등록금도 사학이 자율적으로 정하여 제한 없이 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그대신 사립학교에 지원되었던 막대한 공적자금은 모두 국공립학교 지원에 사용되어야 한다. 정부의 교육예산은 국공립학교 설립과 최고의 교수진 확보 및 교육시설 등 공교육의 질 향상에 사용되어야 하고 일반 학생들은 유아원에서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국공립학교에서 무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녀를 비싼 등록금을 지불하고 사립학교에 다니게 할 것인지 아니면 무상으로 국공립학교를 다니게 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학생이나 학부형의 선택에 맡기도록 하면 된다.

나아가 공교육은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평준화하여 학생들이 대학입시의 지옥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중고등학교에서 학생의 학업능력을 평가하여 대학은 제대로 된 학문을 연구하려는 학생들만 진학할 수 있도록 하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 기술자 양성은 국공립 전문대학이나 단과대학에 진학하여 연마하도록 하면 된다. 이러한 국공립학교와 사립학교의 철저한 이원화 분리는 청년세대의 사교육비 등 자녀 교육비에 대한 부담을 없애줌으로써 출산에 대한 두려움을 막아주고 사학 비리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것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