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가 된 나무와
연필이 된 나무와 만나는 일
밤새 사각거리는 일

종이가 된 나무와
연필이 된 나무가
책상이 된 나무와 만나는 일
한 몸이었던 시절을 떠올리며
다음 날이 되는 일

나무가 문이 되는 일
그림자가 드나들 수 있게
기꺼이 열리는 일

내일을 보고 싶지 않아
굳게 닫히는 일
빗소리를 그리워하는 일

나무가 계단이 되는 일
흙이 덮이는 일 / 비에 젖는 일
사이를 만들며 / 발판이 되는 일

나무가 우산이 되는 일
펼 때부터 접힐 때까지 / 흔들리는 일





<감상> 플라스틱, 알루미늄, 금속품이 판치는 세상에서 나무가 하는 일은 참으로 인간적이고 정겹습니다. 위에서 열거한 나무의 일은 이외에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겁니다. 원래 나무가 받아들이면서 성장하므로 생이 다하여도 자신의 고유한 천성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우리도 흔들리면서 기꺼이 열어주고 한 번쯤 남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나이테를 쌓아가는 나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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