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경제학자 토마스 피케티는 ‘21세기 자본론’에서 미국과 프랑스, 영국 등 20여 국가의 300년 간 경제자료를 분석해 보았더니 ‘자본수익률(돈이 돈을 버는 속도)’이 ‘경제성장률’을 앞지른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했다. 자본수익률이 연평균 4~5%인데 비해 경제성장률은 1.6%에 그쳤다는 것. 이 때문에 피케티는 불평등도 비례해 커진다고 했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빈부 격차가 줄어든다는 주류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뒤집어 논란거리였다. 자본가는 항상 일반 서민보다 더 많은 소득을 얻기 때문에 서민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부자의 부동산 임대수익이나 주식배당, 금융상품 이자 등 자본이 스스로 증식해 얻는 자본소득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피케티는 세계적인 부의 양극화 해소를 위해 최상위 1%의 부자들에게 80%의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극단적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소득불평등이 1990년 중반 이후 가장 급속하게 악화된 국가다. 영국의 국제구호기구 옥스팜이 세계 각국 정부 ‘2018년 불평등 개선 노력 지수(CRI)’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전체 157개국 중 56위다. 우리 사회의 교육의 불평등도 심각하다. 공교육 만으로는 좋은 대학에 보낼 수 없다.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위 20% 가정에서 자란 서울대 학생 비중이 전체의 70%가 넘을 정도로 교육대물림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단적인 예를 들었다.

우리 사회는 고용 세습 사회이기도 하다. 지난 9월 기준 15~29세 청년실업률이 8.8%다. 청년 10명 중 2명 이상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인데 서울교통공사, 한국가스공사, 한전KPS 등 공공기관은 가족이나 친인척을 임시직으로 채용,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온갖 편법을 동원해 고용을 세습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일부 대기업들에서도 노조가 주도한 고용세습 사례가 알려져 공분을 사기도 했다.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말이 뇌리에 맴돈다. 피케티의 주장이 옳았다. 21세기 자본주의 사회의 극단적 모순을 보여주고 있는 대한민국, 우리 청년들이 꿈을 잃어버린 세습시대를 살고 있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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