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흑구문학상-곽흥렬 '명태'

두려움이 많았던 소심한 아이였습니다. 아주 어려서는 울긋불긋한 절집의 단청을 두려워했고, 조금 커서는 마을 어귀에 있던 상엿집의 목상여를 두려워했습니다. 청년 시절에는 죽은 사람의 시신을 목격할까 봐 그리도 두려웠습니다.

이제 그런 두려움들과는 결별한 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다시 새로운 두려움 하나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 두려움은 지금까지 지녀 왔던 두려움과는 성격이 많이 다릅니다. 지난날의 두려움이 외부세계에의 두려움이었다면, 오늘의 두려움은 제 내부의 두려움입니다. ‘설레는 두려움’이라고 표현한다면 어폐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철학자 키케로는 말했습니다, 우리가 철학한다는 것은 생의 종착점까지 쉼 없이 죽음에 대비하는 과정일 뿐이라고요. 저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세상의 그 어떤 목숨 가진 개체도 죽음 앞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줄 압니다. 따라서 죽음은 우리의 영원한 두려움의 대상이며 실존적 과제일 것입니다. 이 지난至難한 과제의 해명을 위한 몸부림이 종교요 철학이며 또한 예술이 아닐는지요. 저는 키케로의 그 말을 이렇게 패러디해 봅니다. “우리가 글을 쓴다는 것은, 생의 마지막 종착점에 이를 때까지 한순간도 쉬지 않고 죽음에 대비하는 과정이다”라고요.

세상에 와서 짚불처럼 이내 사위어들고 말 재물을 남기고 가는 것이 범부의 삶이라면, 혼불처럼 길이 꺼지지 아니할 글 몇 줄을 남기고 떠나는 것이 작가의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제 생애 다하는 순간까지 이 두려움에 맞서는 도전, 곧 글쓰기는 계속될 것입니다.

오로지 자식 위한 일념으로 애면글면 살다 예순도 채 채우지 못하고 저세상으로 가신 어머니와 불의의 사고로 정든 집을 떠나 요양원에서 힘겹게 투병하고 계시는 팔순의 아버지에게 이 상을 바칩니다. 그리고 어려운 가정 용케도 꾸려온 아내에게 영광을 돌립니다.

초름한 글 예쁘게 봐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감성적인 문체와 함께 여러 작품에서 일관되게 흐르는 인생에 대한 관조로 삶에 대한 깊은 철학적 성찰을 녹여낸 흑구 선생의 오롯한 예술정신을 본받아 앞으로 더욱 좋은 수필,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수필을 빚어내는 데 게으르지 아니하도록 쓰고, 쓰고 또 쓰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 생각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를 알고 계시는 모든 분들과 기쁨을 함께 나누며 수상의 의미를 새기고 싶습니다.

곽 흥 렬


 

▲ 곽흥렬 흑구문학상 수상자

 


곽 흥 렬 약력

◇경북 고령 출생

△ 경북대 국문과, 같은 대학 대학원 졸업 △1991년 ≪수필문학≫으로 등단 △교원문학상 △중봉 조헌문학상 △성호문학상 △한국동서문학 작품상 △흑구문학상 수상 △2012년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 수혜 △ 한국문인협회 △대구문인협회 △대구수필가협회 △영남수필문학회 회원 △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 교수 △대구 MBC 수필창작반 △경북 청도도서관 수필창작반 지도수필가

◇ 수필집 『가슴으로 주운 언어들』,『빼빼장구의 자기위안』,『빛깔 연한 꽃이 향기가 짙다』,『우시장의 오후』

◇ 수필 선집 『여자와 함께 장 보는 남자』

◇ 산문집 『에세이로 풀어낸 대가야의 역사와 문화』

◇ 세태비평집 『사랑은 있어도 사랑이 없다』

◇ 수필 창작 지침서 『곽흥렬의 명품수필 쓰기를 위한 길라잡이』, 『수필 쓰기의 모든 것』,

◇ 서평집 『곽흥렬의 수필 깊이 읽기』

* 이메일 : kwak-pog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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