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흑구문학상-곽홍렬 '명태'
대부분의 국내 문학상이 작가의 문학적 성취와 당선작의 작품성을 두고 저울질한다. 우선은 뚜렷한 문학적 성과가 있는 작가를 뽑으려 애쓰다보면 자칫 문학적 성취가 중심이 되어 당선작의 작품성이 뒤떨어질 우려가 있다. 또 공모 절차를 밟아 한 편의 작품으로 당선작을 결정하다보면 작가의 문학적 성취나 인격을 담보하기 어렵다.
고심 끝에 최근 공모형식을 취해온 흑구문학상은 올해부터 경북일보가 공동으로 주관하게 되어 이전에 쌓아온 전통에 더하여 발전적 변화가 기대되고 있다.
수상작 ?명태?는 칼바람이 사정없이 몰아치는 황태 덕장에 늘어선 명태들과의 조우로부터 시작한다. 작가에게 덕장은 포로수용소로 다가온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포로들의 고통스런 표정에서 그들의 절규와 혁명가에 귀 기울이게 된다. 자유를 부르짖는 민초들의 환영을 본다.
얼었다 녹고를 반복하는 사이 명태들의 부르짖음은 사위어들고 작업부들의 부지런한 손놀림으로 한 두름씩 매듭이 지어진다. 검푸른 바다에서 군무를 즐겼을 당당한 모습, 어깨동무의 동지애를 읽어낸다.
이윽고 결기가 가라앉은 명태들의 온화한 표정에서 용서와 화해를 찾는다. 어린 시절 북엇국으로 잃었던 원기를 되찾은 기억을 떠올리며 육신의 일부에 명태의 성정이 흐르고 있음을 깨닫는다. 값나가는 고기는 아니지만 명태에게서 조선의 얼과 혼을 읽어낸 작가정신을 높이 사 심사자들은 흑구문학상 수상자로 결정하는 데 의견일치를 보았다.
수상작 ?명태?는 ‘수필도 시의 정신으로 써야 한다’는 생전 흑구 선생의 말씀과 궤를 같이 하는 문학성, 작가 곽흥렬이 이루어온 문학적 성취, 그리고 수필문단에의 기여나 작가정신을 두고 볼 때 어느 한 쪽도 수상자로서 손색이 없어 선자들로서는 마음 든든하다.
수상자는 흑구 한세광 선생의 문학정신을 잇고, 한국 수필의 지평을 새롭게 열 것으로 믿는다. 축하드린다.
심사위원, 장호병(글), 강환식, 이화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