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의 ‘박정희 흔적 지우기’는 근원을 돌아보지 않는 역사 부정의 정서다. 구미시가 짓고 있는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 명칭에서 ‘박정희’라는 이름을 빼기로 하고, 40년간 시 직제에 있어 온 ‘새마을과’도 폐지하기로 했다.

또 박정희 대통령 추모제에 장세용 구미시장이 불참키로 했다. 이는 편협한 이념적 결정이다. 오죽 했으면 도지사가 직접 나서서 추모제의 초헌관을 맡기로 했겠는가. 구미시의 박정희 흔적 지우기가 경북도와 구미시의 갈등으로 비춰지는 대목이다. 구미시의 행정이 이념에 의해 좌우돼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장 시장이 추모제에 자리를 같이 하는 것이 시민 화합을 위해서 바람직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한 구미시의 결정은 지역의 정서와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는 처사다. 박정희대통령 역사자료관 명칭에서 ‘박정희’를 빼고 구미근현대사박물관이나 구미공영박물관 같은 명칭으로 하겠다는 것은 옳지 않다. 연말 준공 예정으로 짓고 있는 이 자료관에는 박 대통령의 유품이 5670점이나 돼서 거의 대부분을 차지 한다. 구미시가 명칭 변경을 고려해 부랴부랴 삼성과 LG가 구미공단에서 만든 전자제품들을 전시물에 추가했다고 한다. 하지만 삼성이나 LG가 구미에 터 잡은 것도 박 대통령이 구미국가산업단지를 만들어 입주케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박 전 대통령은 오늘의 구미시가 있게 기반을 만든 사람이다. 또한 구미는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이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생가 옆에 역사자료관을 짓고 있는데 이름을 바꾸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더구나 박정희 역사자료관은 경북과 전남 국회의원 모임인 국회 동서화합포럼이 지난 2014년 영호남 화합을 위해 제안했던 사업이지 않는가. 이 때문에 국비까지 투입된 사업인데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을 이유로 원래 취지에 맞지 않게 바꿔서는 안 된다. 인간은 누구나 공과가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공칠과삼’은 아니라 할지라도 큰 공을 남긴 인물이다.

새마을과 폐지 문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시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라 해도 지역의 정서를 감안, 여론을 수렴해서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념의 잣대로 꼭 있어야 할 직제를 허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많은 구미시민들이 현수막에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12명과 우파의원 2명의 이름을 일일이 써넣어 ‘박정희 대통령과 새마을운동 흔적 지우기를 막아주십시오’라고 호소하고 있다. 장미경 구미시의회 의원(자유한국당 비례대표)도 구미시의회 임시회에서 장세용 구미시장을 향해 시민 갈등과 분열을 초래하는 박정희 역사 지우기를 중단하라 촉구했다. 민주사회에 다양한 의견은 있을 수 있지만 정권에 따라 역사를 부정하거나 지워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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