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경찰 배치 의무규정 없어…대책은 가스총·비상벨이 고작
임기연장 추진 법안 발의 등 이권 걸린 선거에는 적극 개입

지난 22일 경주시 안강읍 소재 새마을금고 강도사건이 발생, 직원 2명이 범인이 휘두른 흉기에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행정안전부가 지난 9월 14일 새마을금고 현금 도난사고 방지를 위해 보안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뒤 불과 1개월여 만에 또다시 강도사건이 발생, 정부대책이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사정이 이런 데도 정작 새마을금고 측은 정부 대책만 바라본 채 마땅한 보안대책 마련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기존 비상근이사장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법 개정에만 몰두,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새마을금고가 이처럼 강도 사각지대로 전락한 데는 탄생과정에서부터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새마을금고법을 비롯한 관련 법령에 따르면 새마을금고는 100인 이상의 회원을 구성하면 설립이 가능하도록 돼 있어 현재 전국에 걸쳐 1315개(2017년 기준)의 금고가 운영 중이다.

또 각 금고가 운영하고 있는 지점 등을 포함하면 전체 점포 수가 2000개를 훌쩍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데다 서민금융기관이어서 대부분 새마을금고가 소규모일 수밖에 없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강도사건 등에 대비하기 위해 청원경찰 배치 기준을 정해 놓았지만 권장사항일 뿐 의무규정이 아니다.

무엇보다 정확한 수치는 나오지 않지만 1315개 새마을금고 중 상당수는 자산 500억 원 미만의 소규모로 운영돼 청원경찰을 운영할 경비마련도 수월찮다는 것이 전직 금고 이사장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실제 포항의 경우 적립금을 제대로 쌓아놓은 일부 새마을금고를 제외하고는 기존 직원들의 임금 지급도 팍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소규모 새마을금고들이 난립하면서 제대로 된 보안체계를 갖춘다는 건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는 데다 현행법상 청원경찰 배치 의무조차 없다 보니 아예 보안에 대한 관심조차 쓰지 않는 상황이다.

즉 새마을금고 직원들은 각종 범죄가 날로 흉포해 지고 있지만 각 점포마다 비치된 가스총과 비상벨에 자신과 현금 안전을 내맡기고 있다.

결국 서민금융의 대표적 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가 현금을 노리는 범죄자들의 표적으로 최적이 되고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자 행정안전부는 지난 9월 14일 보안강화 대책을 내놓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혔지만 대책 발표 1개월여 만에 또다시 강도사건이 발생해 직원 2명이 다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행안부는 △전체 금고 내·외부 설비 및 시스템 보안설비 강화 △출입문 구조변경을 통한 객장과 업무공간 분리 △경비인력 의무채용대상 금고에 대한 인력충원 △경찰 순찰강화 △금고 자율방범대 설치 운영 △읍면 주민센터 등 공공청사 입점 방안 검토 △금고 내 가스총·비상벨 등 안전관리 시설물 점검 등을 담았지만 대부분 예산이 수반되는 것이어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실행될 것인지는 의문이다.

특히 올해 들어 발생한 강도사건들이 직원이 많은 본점이 아니라 3명~4명가량이 근무하는 지점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비춰볼 때 이들 취약점포에 대한 보안대책 마련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지만 지금까지 마땅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금고 보안 문제가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금고를 이끄는 이사장들은 잇속 연장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새마을금고는 시중은행들과는 달리 회원 100명 이상의 출자를 통해 금고가 설립되며, 자산이 500억원이 넘으면 상근이사장을, 500억원 미만일 경우 비상근이사장을 두고 있다.

이중 상근이사장은 지난 2000년 법 개정을 통해 임기 4년에 3연임이 불가한 중임제한제도를 도입했지만 비상근이사장은 여기에서 제외돼 전국적으로 20년 이상 이사장을 맡고 있는 사람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오는 2021년 전국동시선거를 추진하면서 기존 이사장들의 임기를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상근이사장을 비상근이사장으로 전환시켜 차기 이사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 지난 9월 국회에 발의했다.

즉 새마을금고가 직원 및 거래고객들의 안전문제는 행정안전부의 대책만 바라보면서 자신들의 이권이 걸린 이사장 선거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실제 이 개정안 발의 소식이 전해지자 새마을금고 노동조합은 곧바로 ‘이사장직 영구화를 위한 법 개정을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반발하고 있으며, 이사장 선거 출마를 준비해 온 사람과 회원들도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새마을금고 업무를 관장하는 행정안전부가 수박 겉핥기식 대책발표만 할 게 아니라 금고 규모 확대 등 실질적 대안 마련을 통해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 및 서민들이 맡긴 돈을 제대로 지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또한 전국동시 이사장선거를 빌미로 기존 이사장들의 임기 연장을 노리는 꼼수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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