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병이 도져서
당신에게 갈 수 없는 날을
내일이라 부르겠습니다

허공에 주소를 두고
내 마음에 기울기를 만든 당신

각이 사라지는 지점을,
번개로 살았으나 돌아오지 않는 당신을,
내일이라 부르겠습니다

여전히 새 것인 채로
모든 일어나지 않은 것들의 묘지,

낡고 오래되었으나 사라지지 않는
욕망과 위기와 결여와 불행의 도피처
당신이라 부르겠습니다





<감상> 누군가를 지극히 사랑하면 시간과 공간과 대상이 모두 ‘내일’이 되는 군요. 어디 사는지도 몰라 허공에 주소를 두고, 번개처럼 스쳐갔으나 오지 않는 당신을 하염없이 그리워하므로 새롭지만 무덤처럼 기약이 없지요. 어느 한 순간의 추억이, 공간이 뇌리에 박혀있기에 낡고 오래되었지만 사라지지 않아요. 하여 욕망은 더욱 걷잡을 수 없고, 결핍과 불행의 도피처로 당신이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을 수밖에 없어요. 당신과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영원이라는 말을 쓸 수 있고, ‘내일’이 ‘내 일(나의 일)’이 되는 지도 몰라요.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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