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밭에서 싸우는 개’란 뜻의 ‘이전투구(泥田鬪拘)’는 순수 국산 사자성어다. 고사성어는 대개 중국산이지만 ‘이전투구’는 토종이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는 정도전에게 팔도사람들의 특성을 말해보라 했다. “경기도는 ‘경중미인(鏡中美人): 거울 속 미인’ 충청도는 ‘청풍명월(淸風明月): 맑은 바람속의 밝은 달’ 전라도는 ‘풍전세류(風前細柳): 바람에 흔들리는 버들가지’ 경상도는 ‘송죽대절(松竹大節): 소나무와 대나무처럼 절개가 굳다’ 강원도는 ‘암하고불(巖下古佛): 바위 아래 옛 부처’ 황해도는 ‘춘파투석(春波投石): 봄물결에 돌던지기’ 평안도는 ‘산림맹호(山林猛虎): 숲속의 호랑이’”라고 정도전은 평했다. 그러나 태조 이성계의 출신지인 함경도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었다. 태조는 무슨 평이라도 좋으니 평해보라고 재촉했다. 마지못해 입을 연 정도전은 함경도는 ‘이전투구’라 했다. 태조의 안색이 변하자 정도전은 한마디 덧붙였다. “그러하오나 함경도는 ‘석전경우(石田耕牛)’로 돌밭을 일구는 소처럼 강인합니다” 태조의 안색이 풀리며 웃음이 배어났다.

바다물고기인 ‘꼬시래기’는 경상도 방언이고 표준어는 ‘망둥이’다. 망둥이는 적응력이 뛰어나 극지대를 제외한 지구 어떤 곳에서도 서식한다. 염분이 높은 해역이나 담수에서도 생존하는 생명력이 질긴 물고기다. 봄철에 부화한 망둥이는 초여름부터 왕성한 먹성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먹는 것이라면 제 동족의 살까지도 사정없이 먹어치운다. 심지어 배가 많이 고프면 제 살까지 뜯어 먹어 ‘꼬시래기 제 살 뜯기’란 말이 생겨났다. 눈앞의 이익에만 집착하다가 더 큰 손해와 낭패를 자초하는 언행을 가리키는 뜻으로 많이 쓰인다. 눈앞의 미끼에 혹하는 망둥이의 별난 먹성 때문에 낚시 초보자도 손쉽게 낚을 수 있어 ‘바보도 낚는 망둥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후 특정 성향 판사들이 사법부를 점령 요직을 독식 판사들이 내편 네편으로 갈라져 내분을 심화시키고 있어 이전투구를 보는 것 같다. 사법부 수장이 재판거래의혹에 대해 검찰수사를 부채질하는 자해행위는 ‘꼬시래기 제 살 뜯기’를 연상시킨다. ‘코드사법부’가 수모를 자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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