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스리랑카 대통령이 총리를 갑자기 해임하고 자신의 라이벌이었던 전 대통령을 새 총리 자리에 앉혔다고 AFP통신 등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리세나 대통령은 이날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를 해임하고 마힌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을 새 총리로 임명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현지 일부 TV는 라자팍사 전 대통령의 신임 총리 선서식 장면을 내보냈다.

이에 따라 위크레메싱게 총리의 통합국민당(UNP)과 시리세나 대통령이 이끄는 스리랑카 자유당(SLFP)으로 구성된 현재 연립정부 체제에는 심각한 균열이 생기게 됐다.

실제로 이날 SLFP 측은 연정에서 탈퇴한다고 마힌다 아마라위라 농업부 장관이 전했다.

시리세나 대통령은 2015년 3선을 노리던 라자팍사 전 대통령을 누르고 5년 임기의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후 SLFP는 UNP와 연정을 통해 정부를 이끌어왔다.

하지만 시리세나 대통령과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경제 정책과 국정 전반에 관해 심각한 이견을 노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특히 지난 주에는 인도에 항구 터미널을 임대한다는 정부 방안을 두고 국무회의에서 정면으로 충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이날 새 총리 임명 조치가 발표되자 대통령의 총리 해임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스리랑카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AFP통신은 스리랑카는 2015년 개헌을 통해 대통령의 총리 해임권을 없앴기 때문에 이날 조치의 합법성과 관련해 의문이 남는다고 전했다.

망갈라 사마라위라 재무장관도 “라자팍사를 총리로 임명한 것은 위헌이며 불법이다. 이건 민주주의에 대한 쿠데타다”라고 주장했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은 대선 패배 후인 2015년 8월 총선에 출마,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정계에 복귀했다. 2016년에는 지지세력을 모아 스리랑카 인민전선(SLPP)을 새로 만들었다.

이후 지난 2월에는 SLPP가 기초의원을 뽑는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며 정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임을 예고했다.

2005년 처음 대통령에 당선된 라자팍사 전 대통령은 2009년 타밀족 반군인 ‘타밀엘람해방호랑이’(LTTE)와 25년 내전을 승리로 이끌어 지지자들 사이에서 ‘왕’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내전 승리 과정에서 4만명에 이르는 타밀족을 학살했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스리랑카는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한 나라로 대통령은 외교, 국방 등을 맡고, 총리는 내정에 관한 행정권을 책임지고 있다.

현재 국회는 225석 가운데 UNP와 SLFP 등 기존 연정 참여 정당 의원이 156석을 차지하고 있다.

다음 총선은 2020년 열릴 예정이었지만 이날 연정이 사실상 분열되고 새 총리가 임명됨에 따라 조기 총선 실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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