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헤어진 여자친구의 일가족을 무참히 살해한 남성은 어떤 심리상태 때문에 애꿎은 가족들에게까지 범행한 것일까?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27일 “용의자가 헤어진 전 여자친구에 대해 느낄 수 있는 증오, 분노와 같은 감정들이 여자친구와 가까웠던 대상에게도 옮겨가는 현상으로 보인다”면서 “증오하는 대상과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범죄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비슷한 예로 연인이 평소 좋아했던 애완견을 죽이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2012년 발생한 일명 ‘울산 자매 살인사건’도 유사한 사례다.

범인인 김홍일이 2012년 자매 중 맏언니를 짝사랑하다가 거절당했다는 생각에 사로잡히자 맏언니뿐만 아니라 동생까지 살해한 사건이다.

이 교수는 “범인들이 평소 다른 자매나 가족들을 잘 몰랐다고 해도 범행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면서 “서울 강서구에서 발생한 일명 ‘전처 살해사건’의 용의자인 남편이 전처뿐 아니라 딸과 여동생까지 공격한 것도 증오가 옮겨가면서 생길 수 있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인들은 헤어지는 과정에서 때로는 크게 다투기도 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보통은 이런 이별 과정에서 생긴 일들을 받아들이지만 일부는 이를 참지 못한다.

이 교수는 “이러한 사람 중 애정을 많이 쏟았거나 선물을 많이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내가 응징하고 처단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별 과정에 가족들이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거나 의견을 표명해도 ‘혼내야겠다’고 생각하고 나와 적(가족)을 구분해 과격한 행위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5일 부산 사하구의 한 아파트에서 조모(33)씨와 조씨의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가 무참히 살해된 채 발견됐다.

용의자는 사건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 조씨의 전 남자친구 신모(33)씨다.

신씨는 24일 오후 4시 12분께 범행에 쓸 흉기 등을 준비해 조씨의 아파트를 찾아갔고 귀가하는 조씨와 조씨의 가족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신씨는 조씨와 지난해 8월부터 약 1년간 교제하다가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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