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1차 부품업체서 성적서 위조했으나 최종 납품업체도 허위 성능 보증 책임"

원전 케이블 성적서 위조 사건과 관련해 다른 업체가 위조한 성적서를 그대로 한국수력원자력에 제출한 최종 납품업체도 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광주지법 민사13부(김성흠 부장판사)는 한수원이 A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28일 밝혔다.

2013년 일부 원전 전력·제어 케이블 납품업체들이 품질시험 성적서를 위조한 제품을 납품한 사실이 적발돼 신고리 1·2·3·4호기와 신월성 1·2호기 부품 교체 작업이 이뤄졌다.

A사는 원자로 내부의 중성자 및 온도를 측정하는 노내 핵 계측기를 한수원에 납품하는 회사로 2011년 7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80억2천800만원 상당의 제품 106개를 납품했다.

원자로 내 다른 운전변수를 감시하는 조립 케이블에 속하는 이 제품은 한울 3·4·5·6호기와 한빛 3·4·5·6호기에 설치됐다.

A사는 계측기 내 검출기들을 한 덩어리로 묶는 철사인 타이 와이어(tie wire) 부품을 B사로부터 납품받았는데 B사는 이 철사의 성능 검사 결과를 위조한 서류를 제출했다.

B사는 2004년 철사를 납품하면서 철사가 끊어지지 않고 늘어나는 비율인 연신율이 47.29%였음에도 30.29%라고 위조했다.

A사는 문제의 철사 부품으로 만든 계측기를 한수원에 납품하면서 B사가 낸 성적서를 그대로 제출했다.

검찰은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을 내사하며 2017년 11월 A사에 대해서는 혐의없음 처분했다.

그러나 한수원 측은 ”A사가 품질시험에 합격한 계측기만을 납품해야 함에도 위조된 성적서를 제출해 손해를 끼쳤다“면서 ”2015년 8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자연 교체한 수량을 제외하고 26개를 해체하고 재설치하면서 20억3천100만원을 지출했다“며 A사의 책임을 물었다.

A사는 ”2003년에 구매한 철사를 사용했는데 직원 실수로 2004년에 사들인 철사의 시험성적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B사가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사실을 몰랐고 B사로부터 받은 서류를 제출했을 뿐“이라고 맞섰다.

또 ”한수원이 철사 연신율 규정을 정하지도 않았으며 연신율은 제품의 안정성 및 성능과도 관련이 없다“며 ”교체된 제품 역시 대부분 하자 탓이 아니라 교체주기 경과로 자연 교체된 것으로 실제 손해를 입힌 사실이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원전 사고의 위험성과 그에 따른 부품 품질 검증 절차의 중요성에 비춰볼 때 물품 일부만의 시험성적서가 위조되더라도 일체로 공급된 물품 전체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A사가 시험성적서를 제출해 그 성능을 보증한 것으로 보여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A사가 직접 위조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고 제품 중 약 75%는 자연 교체된 점에 비춰 하자가 비교적 경미한 것으로 보이는 점, 원전의 구성·조립 부품들을 관리하고 안전성을 담보해야 할 궁극적인 주체는 한수원인 점 등을 고려해 A사의 배상 책임을 손해액의 60%(12억1천900만원)로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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