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태어나서 방실거리며 웃을 적에, 너의 아버지는 너를 안아 주고 싶어도 놀아 줄 수 없는 먼 곳에서 악을 쓰듯 일만 했다. 네가 커서 어른이 되어 너의 아버지처럼 장가들고 아기를 가졌을 때, 나처럼 네가 고생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를 만들려고 하루가 짧다고 밤 늦게까지 일만 했다. 크거든 그런 너희 아버지를 공경해라”

우리나라 최초 자동차 고유모델 ‘포니’ 개발에 참여했던 자동차컨설턴트 강명환씨가 쓴 ‘포니를 만든 별난 한국인들’(1986)의 한 부문이다. 이 짧은 글에서도 당시 산업 일꾼들의 헝그리 정신이 뚝뚝 묻어난다. 당시 이들 근로자들의 꿈은 아들 딸들이 자기처럼 고생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가 되게 하려는 뜨거운 애국심이 그 바탕이었다.

포니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울산 공장은 축구장 670배 규모의 5만㎡ 부지에 근로자 3만4000명이 근무하는 세계 최대 규모 자동차 단일 공장으로 성장했다. 이 공장이 건설될 때 근로자들은 강씨와 같은 애환과 꿈이 있었다. 근로자의 희생과 꿈이 있어서 성장한 현대자동차가 위기를 맞고 있다. 현대자동차 스스로 ‘현대자동자가 한국 자동차산업의 살아 있는 역사’라고 하는데 그 역사가 허물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8년 10개월 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률이 1.2%로 국내 차 산업 전체를 공포에 휩싸이게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이 같은 실적 악화는 수출이나 내수 감소라는 통계적 원인이라기 보다 내부적으로 기업 정신을 잃어버린 것과 국민적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사회를 위해 기업가가 정치가보다 좀 더 숭고한 부역(負役)을 하고 있다. 그들은 입이 아니라 손으로 생산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고용한다. 한 사람을 고용하는 것은 최소한 3~4명의 인구(人口), 그들의 숭고한 밥을 책임질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근로자 3만4000명이라지만 울산과 경북, 대구 등 2차 3차 관련 기업 종사자와 가족 수십만 명의 생명줄이 달려 있다. 차 산업의 생태계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조선산업의 위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현대차 경영진과 노조는 잃어버린 정신을 되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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