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년들이 꿈을 잃어버린 상실의 세습시대를 살고 있다. 지난 9월 기준 15~29세 청년실업률이 8.8%다. 청년 10명 중 2명 이상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인데 서울교통공사와 한국가스공사, 한전KPS 등 공공기관은 가족이나 친인척을 임시직으로 채용,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온갖 편법을 동원해 고용을 세습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고용세습은 우리 사회 전반에 고질로 자리 잡은 것임이 드러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등은 물론 기업은행, 금감원, 신용보증기금과 비금융 공기업도 고용세습 의혹이 잇따라 드러났다. 여기에다 대학병원과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공기관 등 어느 곳 하나 예외인 곳 없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정조사를 통해 고용세습 실태를 철저히 파헤치고 근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회 교육위원회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대구 중남구)이 28일 국립대학병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서울대병원은 물론 지역의 경북대병원·부산대병원·전남대병원·강원대병원·충남대병원에 채용된 직원 중 110명이 기존 임직원과 친인척 관계인 것으로 드러났다. 기관별로는 서울대병원이 33명으로 가장 많았고 전남대병원 21명, 충남대병원 16명, 강원대병원 14명, 경북대병원과 부산대병원은 각 13명의 채용자가 기존 임직원과 친인척이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고용세습 사례인 비정규직으로 채용해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례는 부산대병원이 13명, 서울대병원과 강원대병원이 각 7명, 전남대병원이 5명, 경북대병원·충남대병원 각 3명이었다. 서울대병원은 정기공채로 채용된 전공의, 임상강사, 겸직교수 등 10명이 서울대 교수의 자녀이거나 배우자였다.

이 뿐 아니다. 경북도 산하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도 고용세습을 의심케 하고 있다. 경북도와 시군 산하 공공기관 26곳에서 최근 5년간 채용 규정을 위반한 사례가 56건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도 산하 공공기관 14곳 27건, 시군 산하기관 12곳 29건이 적발됐다.

이들 규정 위반 사례를 보면 인사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기관 장 입김이 작용한 사례, 채용공고 절차도 없이 채용한 사례, 면접 위원을 내부인으로 구성해 채용하는 등 편법으로 채용한 것이 드러났다. 이들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고용세습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 같은 논란과 의혹을 해소하고 공정 경쟁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정조사를 통한 투명한 조사 뿐이다. 여야 없이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가 국정조사를 하자고 해야 마땅하다. 이 땅의 청년들을 더 이상 좌절하게 해서는 안 된다. 고시원의 쪽방에서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머리를 싸매고 공부하고 있는 공시생들의 좌절과 분노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게 나라냐’ 외치던 그들은 어디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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