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는 두 분의 문학 선생님이 계십니다. 한 분은 김윤식 선생님이고 다른 한 분은 황순원 선생님이십니다. 황 선생님은 처음으로 제 작품을 소설로 평가해 주신 분입니다. 선생님은 신춘문예 최종 선에 오른 제 작품을 두고 “관념이 너무 승(勝)하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 말씀을 명심해서 저의 부족한 부분(묘사)에 더 힘을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 서너 달 뒤에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受賞)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안 계셨다면 오늘의 저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겁니다. 이렇듯 제겐 잊을 수 없는 두 분 은사님이시지만 황, 김 두 선생님께서는 저를 가운데 두고 한때 대척점에 서신 일이 있었습니다. 김 선생님이 ‘한국소설의 샤머니즘적 체질’을 거론하면서 황 선생님의 소설을 비판했고 그것을 극복하는 작은 실마리를 제 작품에서 보신 것입니다. 황 선생님이 그것을 보시고 “요즈음 젊은 작가들은 세력을 가진 비평가의 지시에 따라 작품을 생산한다. 정말 터무니없다”라고 노여워하셨습니다. 그 ‘젊은 작가’가 바로 저였습니다. 물론 오해였습니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고백합니다만, 사실 그 무렵 저는 김윤식 선생님의 주장과 설명을 십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소설의 샤머니즘적 체질과 그 극복’이라는 것도 제 소설이 그 논의 안에 들어간 뒤에야 비로소 읽었습니다. 그러니 ‘비평가의 지시나 명령’을 이행하고 싶어도 그럴 능력이 제겐 없었습니다. 당연히 저로서는 김윤식 선생님의 혜안에 감복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제가 바로 그 산 증거니까요. 그렇다고, 황순원 선생님이 저를 몹쓸 제자로 매도하셨다고, 원망하는 건 결코 아닙니다. 착한 제자들은 언제나 선생님의 꾸지람 속에서 사랑을 읽어냅니다. 그래서 제 박사 논문이 ‘황순원 연구’입니다. 아마 당신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박사 논문이었을 겁니다. 두 분 선생님, 고맙습니다.
- 기자명 양선규 대구교대 교수
- 승인 2018.10.30 18:23
- 지면게재일 2018년 10월 31일 수요일
- 지면 19면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