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길이 길게 이어지는 마당은 노인에게 좋다
그는 우울하고 섭섭할 때마다 집 주위를 돌며 마음껏 한숨 쉰다
좁은 길이 길게 길게 이어지는 마당은 유아에게 좋다
아이는 서술한 자전거로 오전 내내 그 길을 왕복하고 아마도 그런
장면이 삶의 첫 기억으로 남게 된다
연인은 길고 좁은 마당 끝에 의자와 테이블을 놓는다 그러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 안에서 보낸다
길고 좁은 마당을 걷는 방문객은 감탄한다 다른 누군가는 꽃과
과실이 없는 조경이란 낭비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새 주인이 든다 낭만도 아이도 없는 젊은
주인에게 길고 좁은 마당은 좋다
별다른 개성 없이 양편으로 사철나무 관목이 우거진 길고 좁은
마당은 좋다
모두가 알고 있다 그것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감상> 유아, 노인, 연인, 주인 가릴 것 없이 길고 좁은 마당을 가지는 게 꿈이었을 겁니다. 도시 사막에서 이런 마당은 거의 없고 이를 가진 몇 몇은 방문객으로 초대하지 않고 철창을 높이 쌓으니 참으로 요원한 환상에 그치고 맙니다. 고향집의 마당은 길지는 않았지만 좁은 마당에 땅따먹기와 구슬치기는 하는 아이들이 있었고, 닭과 개와 고양이가 어울리고, 마당귀에는 봉숭아와 달개비가 피었더랬습니다. 마당은 자기에게 오는 어떤 사람도, 어떤 동물도 길을 막지 않고 속을 비워놓고 환하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시인 손창기>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