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년만에 만난 모교, 감동 그 자체"

49년 만에 모교 계명대를 찾은 민난희씨 부부가 지난 11일 행소박물관에서 계명대의 역사를 살펴보며 활짝 웃고 있다. 계명대.
콧수염까지 백발인 남편과 은은한 스카프에 갈색빛이 눈에 띄는 핸드백을 멘 아내는 등산화를 신고 있었다. 영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그 풍광을 직접 거닐면서 만끽하기 위해서다. 지난 11일 낮 최고기온 16.4℃로 완연한 가을을 맞은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에서였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등 캠퍼스 전체가 온통 가을빛이었다.

부부는 파이프오르간의 깊은 울림이 새 나오는 아담스채플부터 시작해 인기 TV 드라마 ‘미스터 션사인’ 촬영지인 한학촌, 지역의 문화를 고스란히 품은 행소박물관 등 캠퍼스 곳곳을 데이트하듯이 마주했다.

미국 시애틀에서 사업하는 민난희(72)씨는 49년 만에 모교의 속살을 마주하고서는 “감동 그 자체”라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작지만 아담했던 대명동 캠퍼스만 생각했었는데 웅장한 성서캠퍼스는 또 하나의 감동이었다는 게다. 전날 오후 4시께 민씨로부터 “졸업생인데 캠퍼스 투어가 가능 하느냐”는 전화를 받고 정성을 다해 동문을 맞이한 백순현 대외협력처장과 대외협력팀 직원들도 기쁘기 그지없었다.

줄곧 장학금을 받고 계명대 교육학과에 다닌 민씨는 1969년 대학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갔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화학약품 관련 사업을 하는 남편 한상기(74)씨와 결혼한 미국에서도 장학금을 받았다. 네브라스카주 헤이스팅스 대학에 장학생으로 입학해 몬타나 주립대학에서 교육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백순현 처장과 마주한 자리에서 민씨는 “오늘날 내가 있기까지 모교 계명대가 밑거름이었다는 걸 마음에 새겨왔다. 오랜 시간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모교를 꼭 찾고 싶었다”면서 “이렇게 크고 아름답게 발전한 캠퍼스를 보니 감회가 새롭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서울과 부산, 창원 등지에서 사업 관련 업무를 하는 도중에 모교 캠퍼스를 찾은 남편 한상기씨는 “심성 곱고 한결같은 아내의 내공 원천이 모교 계명대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며 껄껄 웃었다.

민씨 부부는 1만 달러의 장학금도 선뜻 내놨다. 민씨는 “고향 인천을 떠나 계명대에 입학할 때도 장학금을 받았고, 미국에서도 장학금으로 학업을 마쳤다”며 “대한민국 청년들이 많이 어렵다고 하는데, 계명대 후배들이 학업에만 열중할 수 있도록 그동안 내가 받은 것을 작게나마 돌려주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민난희씨와 한상기씨는 미국 시애틀에서도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다. 자신들의 유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그것이 차세대를 이끌 인재를 육성하는 밑거름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신념에서다.

신일희 계명대 총장은 “계명대가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하기까지 훌륭한 동문이 있기에 가능하다”면서 “개교 120주년을 맞는 내년에 꼭 두 분을 초청해 재학생들에게 훌륭한 선배들을 소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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