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대추 송편은 꿀로 떡소를 넣었고/ 푸른 우엉 잘게 썰어 감자와 함께 삶았네/ 은풍의 준시는 뽀얗게 서리 앉았고/ 울산에서 온 감복은 환하게 글자 비추네/ 멧돼지 배 가르고 곰 고기도 구웠다면/ 넙치 포에다 고등어도 겸하였다.” 다산 정약용의 여유당전서 1권 시문집에 실린 임금이 눈 내리는 밤 내각에 음식을 내린 데 대한 고마운 마음을 담은 시의 일부다.

이 시에는 당시 최고의 음식을 두루 거론하고 있다. 그 가운데는 지명이 두 곳 나온다. 마른 전복을 물에 불려 설탕가루나 기름을 발라 간장에 잰 ‘울산의 감복(甘鰒)’과 ‘은풍의 준시’다. ‘은풍’은 예천군 하리의 옛 이름이다. 마을 사람들이 ‘아랫동네’라고 부른다고 해서 일제가 ‘하리’라는 한자로 지명을 바꾼 곳이다. ‘은풍준시’는 예천군 하리면 동사리에서 나는 특별한 곶감이다. 임금이 신하들에게 하사한 요리상에 한자리를 차지한 것을 보면 진상품임이 분명하다. 예천군 동사리 뒷골에서 자란 감나무의 감을 따서 꼬챙이에 꿰지 않고 말리면 은풍준시가 되는데 다른 감으로 만든 것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다.

은풍준시 감나무는 일반 감나무와는 다른 특별한 성질을 갖고 있다. 일반 감나무는 베 내고 새싹이 나면 고욤나무로 변하지만 이 감나무는 원래 성질을 잃지 않는다. 또 다른 나무에 접목이 되지 않아 다른 곳에서는 이 나무를 볼 수가 없다. 심지어는 바로 옆 동네에다 옮겨 심어도 감이 열리지 않는다니 신기하다. 또 은풍준시는 십년일득(十年一得), 십 년에 한 번 정도 풍년이 들기 때문에 일반인이 맛보기는 더더구나 어렵다.

이 때문에 일반 곶감보다 값이 3배 이상 비싸다. 한 관 3.75㎏에 상품이 20만 원이나 해서 서민은 혀만 내둘러야 할 지경이다. 지금은 소포장으로 5만 원부터 20만 원까지 포장해 팔고 있다. 최근에는 경북도농업기술원 상주감시험장이 은풍준시의 효율적인 인공수분 기술을 개발해 다행히 재배 면적이 늘고 있다. 도문대작(屠門大嚼 고깃집 앞을 지나면서 입을 크게 벌려 고기 씹는 시늉만 한다는 뜻), 그저 입맛만 다셔야 했던 ‘은풍준시’를 맛볼 수 있는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 예천군 은풍면 봉팔농원 김봉규 농민은 곶감 생산으로 연 매출 1억 원 이상을 올린다니 호랑이도 놀랄만한 곶감이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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