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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대한의사협회와 지역 의사협회는 의료사고 낸 의사에 대한 판결에 불만을 품고 궐기대회를 예고하는가 하면 파업 불사까지 외치고 있다. 의사협회 회장이 수원지법 성남지원 앞에서 삭발 투쟁을 벌이는가 하면 청와대와 대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입장을 내고 시위를 하는 거야 자유지만 의료사고에 대한 판결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실력 행사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건 옳지 않다.

지난 2일 수원지법 성남지청은 8세 환자를 변비와 소화 장애로 오진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전 모씨 등 3명에 대해 금고 1년에서 1년 6월까지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X-레이 사진에 흉수(흉막강 안에 정상 이상으로 고여 있는 액체)가 나타났음에도 확인하지 않았고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흉수를 동반한 폐렴’ 소견의 영상의학 보고서까지 작성했음에도 알맞은 검사와 정확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보았다.

의료인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으로써 사람을 죽게 하였다면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 사람을 사망케 하는 잘못을 범했는데도 처벌할 수 없도록 성역을 남겨둔다면 사회정의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사람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풍토까지 야기하여 더 많은 사람을 희생시킬 것이다. 의료계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의료행위는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의료사고는 더욱 엄격히 다루어져야 한다.

특정 직군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직능 조직은 회원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조직의 책임을 맡고 있는 임원진이 회원의 이해가 걸려 있는 문제에 대해 목소리 내는 건 당연하다 할 것이다. 하지만 직능 조직이라고 해서 아무 요구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사회의 공공선을 무너트리거나 사람의 생명안전에 해를 끼친 행위까지 감싸고돈다면 지탄의 대상이 될 뿐이다.

의사협회와 일부 의료인들은 의료사고가 났을 때마다 의료인의 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줘야 한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의료분야는 다른 직군과 다른 특수성이 있다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사고를 내고 싶어 하는 의료인 없고 일부러 질병을 소홀히 다루는 의료인도 없다고 주장한다. 이번 판결을 두고 의료의 본질과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재판부의 몰지각한 판결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의료행위는 “선한 의도를 가지고 최선의 진료를 통해 좋은 결과를 의도를 하는 것”이라면서 결과가 나쁘다고 해서 형사처벌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대한지역병원협의회는 “고의성이 없는 의학적 판단결과로 인신이 구속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의사회는 “고의성 없는 의료사고는 의료인의 책임을 면제”해야 한다면서 의료사고특례법 제정을 요구했다.

한국여자의사회는 “고의성 없는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의료인의 책임을 면제하거나 민사책임으로만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했다.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대상을 ‘고의성 가진 의사’로 한정하자는 건데 이들의 논리를 따른다면 의사가 아무리 큰 과실을 범해도 형사처벌할 방법이 없어진다. 고의성 없다고 하면 그만일 테니까. 의료인이라고 해서 예외를 인정하면 의료사고가 크게 늘어나게 될 것이다.

한 의사단체는 “7세 어린이에서 횡경막탈장을 진단하기란 신의 영역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어떤 의사는 횡경막탈장이 매우 드문 병이어서 진단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논점을 벗어난 주장들이다. 재판부는 횡경막탈장을 못 찾아낸 게 문제라고 하지 않았다. 이미 드러난 이상증세를 확인하고 대처하지 않아 횡경막탈장에 따른 쇼크사를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했다. 사실을 왜곡해서 멀쩡한 판사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드는 주장이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주장은 선동행위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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