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대연 대구자생한방병원 원장

가을철 급작스러운 기온 차로 인해 요추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 환자들로부터 추간판(디스크)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간혹 듣는다. 디스크가 눌려 찌그러지거나 터져버렸으니 어찌 아프지 않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허리디스크는 잘못된 생활습관이나 사고로 인해 척추가 삐뚤어져 밀려나온 디스크가 척추 신경을 압박하면서 발생한다. 보통 디스크를 둘러싸고 있는 섬유륜이 압박을 받아 한쪽으로 돌출된 상태를 뜻하며 심하면 아예 디스크가 터져 수핵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사실 디스크 자체에는 통증을 느끼는 세포가 없다. 허리디스크 통증의 원인은 신경이다. 척추의 구조를 살펴보면 척추뼈와 뼈 사이에 디스크가 있고 척추뼈 내부에는 척추관이라는 공간이 있는데 이곳으로 굵은 신경 다발이 지나간다.

이 신경 다발은 척추를 따라 내려오면서 각 척추뼈 사이마다 한 쌍의 신경 가지를 내보낸다. 디스크가 밀려 나오게 되면 바로 이 신경 가지들을 눌러 압박하면서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허리디스크의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허리만 아플 수 있고 엉덩이, 다리가 아프거나 저릴 수도 있다. 신경이 눌린 정도에 따라 통증의 강도도 달라서 심한 경우 마비가 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환자들은 디스크가 터졌을 경우 가장 많은 통증을 느낀다. 디스크가 터지면서 섬유륜에 상처가 나기 때문이다. 상처에 염증이 생겨 부어오르는 데다 터진 디스크 사이로 수핵이 흘러나와 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에 이래저래 통증이 심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통증은 염증만 가라앉아도 상당 부분 사라진다. 대부분의 디스크 환자들은 신경 압박보다 염증으로 인한 화학적 신경통으로 고생하기 때문이다. 이후 디스크가 흡수되기 시작하면 환자의 상태가 빠르게 호전된다. 디스크가 약 30% 정도 흡수되면 환자들의 통증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터진 디스크라 할지라도 수술 없이 적절한 비수술 치료만 받아도 호전이 가능하다. 한방에서는 약침, 봉침 등으로 환부와 주변 조직의 염증을 제거하고 추나요법을 통해 틀어진 관절, 인대의 위치를 바로잡아 허리디스크를 치료한다. 한약을 복용함으로써 인대와 근육, 신경 재생에 필요한 영양을 공급해 치료 효과를 배가 시킬 수도 있다.

허리디스크를 진단받았을 때 낯선 통증을 견디기 힘든 데다 불안한 마음에 무턱대고 수술을 결정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전체 허리디스크 환자 가운데 수술이 필요한 비율은 5~10%에 불과하다. 대부분 수술 없이 완치가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바른 자세를 항상 유지하고, 50분 정도 일하면 5분 정도 쉬어준다. 가벼운 보행이나 유산소 운동을 통해 근력을 유지하고, 체중이 늘지 않게 관리한다. 염증을 증가시키는 술, 담배를 줄이고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여 생활 관리를 하면 건강한 척추를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다.

미국 내과학회도 허리디스크 환자에게 우선 적으로 침 치료 등 보존적 요법을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수술은 3개월 이상 한방 치료를 받았음에도 오히려 증상이 심해지거나 마비, 근력 저하, 대소변 장애 증상이 나타날 때 고려하더라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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