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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성’은 꾀병인가?

곽호순병원 원장 등록일 2018년11월01일 17시59분  
곽호순 병원장.jpg
▲ 곽호순병원 원장
너무나 자주 사용 하는 ‘신경성’이라는 말에 아픈 사람만 혼란스럽다. “진찰해 보니 신경성인 것 같네요. 무슨 신경 쓰는 일이 있으신가요?” 이런 말을 들으면 아픈 사람은 “내가 신경 쓴 일이 있나? 무슨 일로 신경을 썼지?”라고 골똘히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뚜렷한 것은 없고 며칠 전 집주인 하고 전기세 문제로 좀 불편했던 일이나 초등학생 아들이 게임에 지나치게 빠져 있는 것 같아 혼을 냈던 일이 생각이 나면서 “아하! 내가 그런 일로 신경을 써서 이렇게 몸이 불편하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 ‘신경성’의 의미를 모르겠으며 결국 “몸에 문제가 없다는 말인가? 그러면 꾀병이란 말인가?”라는 복잡한 의문까지 가게 된다.

인터넷 검색을 동원하여 ‘신경’이라는 말의 의미를 찾아보면 더 혼란스럽다. ‘신경 세포의 돌기가 모여 결합 조직으로 된 막에 싸여 끈처럼 된 구조. 뇌와 척수 그리고 우리 몸 각 부분 사이에 필요한 정보를 서로 전달하는 구실을 한다.’와 또한 ‘어떤 일에 대한 느낌이나 생각’이라는 정의가 같이 있다. 결국 ‘신경’이라는 낱말에 해부학적인 의미와 심리적 의미가 같이 있기 때문에 ‘신경성’이라는 말은 더욱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이 병은 신경성입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어리둥절하게 되고 게다가 주위에서 “마음을 크게 먹어라”든지, “뭐가 그렇게 예민하냐”라든지, 결정적으로 “신경 쓰지 마세요. 마음을 비우세요”라는 충고까지 듣게 된다면 “내 병은 병이 아니라는 말인가?”라는 혼란에 빠진다. 이 ‘신경성’이란 병은 해부학적인 신경과 마음의 신경이 ‘따로’ 가 아니라 ‘같이’ 병이 난 것이라는 중요한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몸 따로 마음 따로 가 아니라 몸과 마음은 서로 연결이 되어 있다는 것과 그래서 마음의 문제가 몸의 반응을 나타내게 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어떤 마음을 쓸 문제가 있으면 그 정서적인 의미를 뇌에서 판단한다. 뇌에서도 변연계라는 곳에서 정서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판단해서 몸이 그에 맞는 반응을 하도록 준비를 시킨다. 위기를 느낄 스트레스를 받으면 변연계가 작동을 하여 “이 위기에 대항해 싸울 것인가, 도망갈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것이 큰 갈등이다. 이때 변연계 중 ‘시상 하부’라는 곳에서 자율 신경계를 활성화 시키고 또한 호르몬의 분비를 변화시키면서 위기에 대처하도록 몸을 준비시킨다. 자율 신경계 중 교감 신경이 활성화되면 눈동자가 커지고 맥박이 빨라지며 심장 박동이 급해지고 혈압이 오르고 소변이 다급해지며 소화 기능이 떨어지는 현상이 생긴다. 또한 부신피질에서 ‘코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만들어져서 외부 스트레스에 대처할 수 있도록 포도당을 분비시키고 근육을 긴장시키는 방법으로 몸을 준비시킨다. 이런 현상들이 자주 반복되면 몸에 여러 가지 불편감이 생기는데 이를 신체적인 문제라고만 생각하여 원인을 찾으려고 애를 써 봐도 결국 뚜렷이 나타나는 결과가 없으므로 이를 대충 ‘신경성입니다’라는 말로 얼버무린다.

이제 더 이상 ‘신경성’이라는 말을 ‘신체적 증상을 나타내지만 신체적인 원인을 찾아낼 수 없는 애매하고 부정확한 병’이라는 의미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는 ‘신경성’이란 ‘몸과 마음은 연결이 되어 있어서 정서적 심리적으로 중요한 일들이 몸의 반응을 나타내게 되어서 생기는 신경성 신체장애’라는 정확한 의미의 말로 사용되기를 기대한다. ‘신경성’은 꾀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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