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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지난 9월 19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수행한 우리측 기업 총수들이 평양 옥류관에서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 난데없이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 갑네까?”라고 말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북한 측이 귀빈으로 온 우리 기업 총수들에게 무례하고 오만하기 짝이 없는 발언을 한 의도가 어디에 있을까. 우리 정부가 북한에 그동안 어떻게 보였길래 이런 천박한 발언이 국가를 대표하는 기업 총수들에게 해댔을까. 이날 오찬장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LG그룹 회장, 현대차 김용환 부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이 참석 식사를 하고 있었다. 서훈 국정원장은 엊그제 국감장에서 리선권 발언에 대한 질의를 받고 “이 얘기가 사실이라면 가만히 안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감장에서 이와 관련한 질의를 받고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고만 밝혔다. 조 장관은 “리선권이 기업 총수들에게 왜 이런 핀잔을 했느냐”는 질문에 “남북관계에 전체적으로 속도를 냈으면 하는 바람이 북한 측에 있는 것 같다”고 답변해 또 다른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리선권은 오찬장에서 우리 측 기업의 총수 한사람이 추가로 냉면 사리를 주문하자 갑자기 이런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선권은 이 발언에 이어 “우리는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데…”라며 냉면 발언을 쏟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발언의 이면에는 “너희는 왜 보따리를 풀지 않느냐”는 뉘앙스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올 들어 남북화해 분위기가 시작된 후 북한의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과 회담 파트너로 여러차례 만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그동안 리선권으로부터 여러 차례 무례하고 수모성 발언을 들었다. 지난달 5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10·4선언 발표 11주년 기념 민족통일대회 행사 장소인 고려호텔에서 우리 측 대표단장인 조 장관이 당초 일정보다 3분가량 늦게 나타나자 기다리고 있던 리선권이 “단장부터 앞장서야지 말이야”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리선권은 이날 조 장관 등 일행을 맞이하기 위해 회담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후 리선권은 조 장관과 회담장에 들어서며 “조평통 위원장이 복도에서 할 일이 없는 사람처럼 말이야…일이 잘될 수가 없어”라고 조 장관에게 핀잔을 놓았다. 조장관이 “제 시계가 잘못됐다”고 하자 리선권은 “자동차가 자기 운전수 닮은 것처럼 시계도 관념이 없으면 주인 닮아서 저렇게…”라고 핀잔을 놨다.

리선권이 방북단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한 조명균 단장에게 이런 무례한 언사를 내뱉고 야단을 치는 오만하고 파렴치한 행위는 그동안 남한의 취재 기자들에게도 여러 차례 있었다. 이런 불편한 대접을 받고도 조 장관 등 일행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선권은 우리 측 방문단들이 보는 앞에서 행한 10·4선언 11주년 기념 연설에서도“ ‘반통일 세력’들 때문에 남북관계가 최악의 파국으로 치닫게 되었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 등도 중단되었다”고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대해 적반하장식 책임을 떠넘기는 발언을 쏟아 냈다. 금강산 관광은 지난 2008년 7월 우리 관광객 박왕자씨를 북한군이 등 뒤로 3발의 총을 쏘아 살해하면서 중단되었고 개성공단 폐쇄는 2016년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때문에 생긴 것이다. 리선권은 이 모든 책임을 한국의 전임 정권들에게 떠넘기는 뻔뻔스러운 연설을 우리 대표단 앞에서 당당히 한 것이다.

북한은 지금 남북경협이 빠르게 진행되길 바라고 있다. 유엔과 미국의 대북 경제 제재로 북한 경제가 요즘 질식 상태에 놓여있다. 김정은이 비핵화를 지연시키면서 미국 측에 선(先)경제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만약에 북한이 파키스탄과 같이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을 받았을 경우 남한 정부가 병자호란 때 조선 인조 임금이 청 태종 앞에 무릎을 굵고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를 올린 삼전도의 치욕을 당하지 말라는 법이 없을 것 같다.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김선동 kingofsun@kyongbuk.com

인터넷경북일보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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