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대구 동구 신천동 한 아파트 정문 출입구가 소나타 차량으로 막혀있다. 소나타 차주는 자신이 건의한 ‘전기차 충전기 설치’ 요구가 아파트입주자대표회에서 부결되자 이 같은 행위를 저질렀다.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1일 오전 11시께 대구 동구 신천동 한 아파트 차량 출입구 일대가 소란스러워졌다. 소나타 한 대가 아파트 차량 출입문을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불법주차스티커 부착으로 불만을 품고 차량으로 아파트 정문 주차장을 막았던 ‘송도 아파트 불법주차’ 사건을 연상케 했다.

하지만 불만을 품은 이유는 달랐다. 아파트 주민 A씨는 2∼3개월 전 건의한 전기차 충전소 설치 요구가 아파트입주자대표회에서 부결돼 불만을 품고 이 같은 행위를 저질렀다.

이에 아파트관리사무소는 A씨의 불법주차로 주민 불편이 우려돼 112로 신고했다. 현장으로 출동한 인근 지구대 경찰은 차적 조회를 하고 A씨에게 차량을 빼도록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A씨는 자택에 머문 채 연락을 받지 않았고 옥신각신하는 사이 5시간이 흘렀다.

자택에서 나온 A씨는 오후 4시 6분 차량을 지하주차장으로 이동시키고 아파트입주자대표회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A씨는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공공기물인 전기자동차 충전소를 왜 설치해주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인근 아파트에도 설치돼 있는데, 주민뿐만 아니라 우리 아파트를 찾는 방문 차량도 충전할 곳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아파트입주자대표와 주민들의 의견은 정반대다.

총 490여 세대가 사는 아파트에 등록된 차량 900여 대 중 전기차는 총 3대뿐이다. 충전이 가능한 콘센트도 50여 곳에 설치돼있어 사실상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아파트입주자대표들은 지난달 30일 열린 회의에서 현재 전기차 충전에 문제가 없는 점, 전기차 충전소 설치로 일반 차량 주차 공간이 부족해지는 것 등을 우려해 전기차 충전소 설치 요구를 부결했다.

박병대 아파트입주자대표회장은 “주민들이 전기차 충전소를 원하지 않았다”며 “민원을 넣었던 A씨에게도 이 같은 사실을 알렸는데, 아파트 차량이 주로 통행하는 출입문을 떡하니 막고 나섰다”고 설명했다.

불법주차 상황을 본 주민들도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주민 이 모(44) 씨는 “불만이 있더라도 이렇게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소동이 빚어진 만큼 동부경찰서는 이날 오후 4시 30분께 아파트관리사무소를 찾아 불법주차가 촬영된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는 등 조사에 들어갔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교통방해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며 “불법 주차 현장 증거와 주민과 당사자 소환 조사 등 수사를 더 진행해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8월 인천 송도국제도시 한 아파트 단지에 거주했던 50대 여성은 주차위반 스티커를 차에 붙였다는 이유로 자신이 사는 아파트 정문 주차장을 막아버렸었다.

당시 아파트 주민와 여론에 반발을 산 여성은 공개 사과를 했으나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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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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