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 줄여 수요·균형 맞춰

정부가 국회에 논의를 제안한 쌀 직불제 개편은 남아도는 생산량을 줄여 수요와 균형점을 맞추고 농가 소득 불균형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직불제 개편은 연내 방향이 확정되면 내년 의견 수렴과 입법을 거쳐 2020년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쌀 직불제는 생산 상황에 따라 오르내리는 수매 가격과 쌀 목표가격 간 차이의 85%를 정부가 변동직불금으로 농가에 보전해주는 제도다.

산지 쌀값이나 벼 재배 여부와 관계없이 지급되는 고정직불금, 목표가격과 수확기 산지 쌀값 차액의 85%에서 고정직불금 평균 단가를 빼고 남은 금액을 주는 변동직불금으로 이뤄진다.

쌀 직불제는 그동안 쌀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에도 농가 수익을 안정적으로 보전해줬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쌀 생산을 유발해 수급 불균형을 부채질하고, 재배 면적을 기준으로 지원하다 보니 대규모 농가에 혜택이 쏠린다는 비판도 받았다.

특히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이 같은 ‘직불금 대농 쏠림 현상’을 두고 의원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기도 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이 농식품부로부터 받은 ‘2017년 쌀 직불금 경지 규모별 수령 실태’에 따르면 경지면적 10㏊ 이상 ‘대농’과 0.5㏊ 미만 ‘소농’의 수령액 차이는 고정직불금은 58배, 변동직불금은 54배에 각각 달했다.

농림식품부는 이에 따라 소규모 농가에는 경영 규모와 관계없이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고, 그 이상의 농가에는 경영 규모에 따라 역진 단가를 적용하는 방안으로 직불제 개편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쉽게 말해 농사를 짓는 누구에게나 주는 고정직불금 혹은 유사한 일정 금액 지원을 강화하고, 면적에 비례해 지급하는 변동직불금은 소농에게 유리하게 바꾸겠다는 의도다.

특히 이 같은 방침은 고정된 ‘일정 금액’을 강화해 농민단체 등이 주장해 온 ‘농가기본소득 보전’과도 맞닿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8월 “(개편 중인) 공익형 직불제를 잘 활용해 농민이 주장하는 농민수당과 기초소득보장제의 정신이 구현되는 수준까지 만들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구상 중인 직불제 개편안에서는 쌀 외에 밭농사에도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는 내용도 담겼다.

쌀농사를 지으면 일정 소득을 보전해주는 현 체계가 본래 취지와는 달리 쌀 과잉 재배를 이끈 부작용도 나타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농식품부는 “직불금의 대부분인 81%가 쌀에 집중돼 다른 작물을 생산하는 농업인과의 형평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며 “제도 도입 당시와는 달리 전체 농가 가운데 쌀 농가의 비중은 2005년 74%에서 지난해 56%까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또, “현행 제도는 쌀 생산을 부추기고 균형 있는 식량 작물 생산이 이뤄지지 못하게 해 곡물 자급률을 떨어뜨리는 주원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매년 쌀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규모의 정부 재정도 부담이다. 쌀 소비는 줄어드는데 생산량은 늘어 쌀값이 떨어지면 변동직불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WTO 체제에서 정부가 지급할 수 있는 보조금의 상한선까지 정해져 있어 돈도 많이 들어가고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상황에 부딪힌다.

실제 지난 2016년 쌀 수확기 가격이 12만 원대로 추락하자 변동직불금이 크게 늘어나 국제 협정(세계무역기구 설립을 위한 마라케시 협정)에 따른 보조금 한도인 1조4900억 원을 넘긴 바 있다.

농식품부는 “정부의 쌀 재고는 지난해 186만t에 달해 적정 재고 수준인 80만t보다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며 “보관 비용 증가는 물론, 가공용·주정용·사료용 등으로 싼값에 팔아 생긴 재정 손실도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직불제 개편으로 국내산 쌀 수급 균형점을 100이라 가정할 때 현재 평년 기준 104가량인 국내 생산량이 101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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