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SNS 통한 중앙정치 기여 없으면 불이익
비대위, 지지율 비교 등 '3대 가이드라인' 발표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마련한 당협위원장 자격 심사 기준은 중앙 무대에서의 활동 없이 지역에 안주하는 이른바 ‘지역형 의원’을 솎아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당 안팎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작년 대선과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완패, 보수 우파의 궤멸 위기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이에 따라 당에 기여하기보다는 오로지 자신의 재선만을 위해 지역에 상주하다시피 하는 의원들을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는 올해 연말까지 진행될 당 쇄신을 위한 인적청산의 주요 지표가 될 전망이다.

김병준 비대위 체제가 출범 100여 일 만에 인적청산을 통한 당 쇄신의 구체적인 첫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의원과 당 지지율 비교, 중앙언론 노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 등이 3대 기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기존처럼 책임당원 숫자나 의원들의 단순 지지율만 비교한다면 정치 신인과 비교해 다선 의원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도 깔렸다.

특히 당협위원장 자격 심사가 원외 위원장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기존 관측과 달리 현역 의원을 주요 대상으로 삼았다. 새로운 기준 적용으로 현역 의원에서 탈락자가 많이 나오면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비대위는 심사 결과 적어도 하위 20%는 오는 2020년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공천에서 컷오프 시켜 당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 한 핵심 관계자는 4일 “지금은 문재인 정부의 폭주를 막아내는 게 야당으로서의 소명”이라면서 “지역 활동을 통해 선수(選數)만 쌓으려는 의원들은 이번 심사에서 물갈이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중앙언론에서의 노출 빈도를 측정함으로써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이나 소득주도성장,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의혹과 같은 주요 국정 이슈에 대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했는지를 주요 평가 지표에 넣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반면, 당내 계파 싸움이나 개인적 구설에 올라 언론에 노출돼 당 이미지를 실추시킨 경우에는 당협위원장 자격 심사에서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페이스북과 같은 SNS상에서도 정부의 주요 정책 기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자신의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을 경우 자격 심사에서 높은 점수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의원 지지율이 당 지지율에 못 미치는 경우 페널티를 부과키로 한 것 역시 당에 대한 기여도를 보겠다는 것이다.

이 기준은 당의 강세 지역인 대구·경북을 포함해 영남을 기반으로 한 다선 의원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통상 이들 지역에서는 수도권과 달리 당 지지율이 의원 지지율보다는 높은 데다, 다선 의원일수록 유권자의 피로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어 교체지수도 상승하기 때문이다.

특히, 선수가 높을수록 의원 지지율의 반영비율을 낮춰 다선 의원은 더욱 어렵게 됐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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