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스님인 남편 몰래 낳은 딸에게 농약을 먹여 살해한 30대 여성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손현찬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34·여)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하고, 5년간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지난 4월 22일 오후 1시 50분께 경북 청도군 청도읍 한 빈집에서 자신의 딸(2)에게 살충제 성분이 든 농약 100㎖를 먹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딸이 농약을 뱉으려고 하면 망고주스를 먹인 다음 다시 농약을 먹이는 방법으로 준비한 농약 100㎖를 모두 먹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2010년 스님인 남편(61)과 결혼해 3명의 딸을 낳았다. 2014년 8월 B씨와 가출해 동거했고, 이듬해 7월 남편에게 돌아온 후 B씨를 강간치상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고소를 당한 B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이후 B씨 사이에서 딸을 임신한 사실을 알았고, 2016년 3월 남편 몰래 딸을 출산했다.

남편이 “이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다. 다른 남재 애를 데리고 온 것이냐”라는 말을 자주하면서 강한 의심을 하자 심한 우울감을 느끼다 범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B씨의 영혼이 붙어서 환청과 환각으로 범행했다”고 주장하면서 정신과적 증상을 강하게 호소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환청, 환각을 유발할 수 있는 정신병적 장애나 우울증이 일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범행 당시 정신과 약을 먹고 있었던 사정은 인정된다”면서도 “자신의 행동과 관련된 판단은 충분히 가능해 보이는 데다 의식이나 지남력이 명료하다는 정신감정 결과와 더불어 피고인이 범행 수일 전부터 농약을 사서 피해자와 함께 먹고 죽을 계획을 세우고 장소를 물색한 점 등을 고려하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미약한 상태에 이르렀다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범행 경위와 수법, 피해자의 어린 나이 등에 비춰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자신도 농약을 먹고 목숨을 끊으려 했으나 실패한 점, 경찰에 자수한 점, 부양할 어린 자녀가 4명이나 있는 점, 남편의 의심 속에 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겪던 중 범행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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