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 타던 가뭄 끝에 반가운 것들이
바람에 실려 몰려온다 물큰, 흙비린내가 건너오고
입 벌린 풀과 나무 대지가 얼싸안고
내 머리통과 손바닥을 때려대던 그들이
목멘 개울 바닥에 웅성댄다
물줄기의 가슴 온통 벌겋게 하는 / 저 경쾌하고 날랜 춤들
긴 주둥이의 개울이 저들 삼킨다고?
웬걸, 저 물 속 껄껄 웃는 작은 용사들
중공군보다 더 많은 떼가 / 개울의 위엄을 만든다네
광야로 목젖 열어젖혀
풀뿌리 산 것들의 뼈를 일으켜 세운다네
먼저 온 이들 어깨 위에 호기롭게 퍼질고 앉아
강으로 제 몸 떠밀고 간다네
넘치는 개울의 당당한 일원(一圓)이면서도
너스레 떨지도 않는 하늘의 저 싱그러운 아들들!
물이랑마다에 저이들 울음이 심겨 있다고
섣불리 말하진 못하리라 / 기껏 한 방울일 뿐인데
오래 지켜 본 자들은 알 것이다
뛰어내리는 저 무수한 발걸음의 긍지가
마침내 너른 강과 빛나는 나루를 만든다는 걸

<감상> 기껏 한 방울의 일원(一圓)에 불과하지만 뭉치면 용사들이 된다. 긴 주둥이의 개울과 너른 강과 빛나는 나루가 일원을 삼킨다고 생각하지 말라. 거대한 세계를 움직이는 것은 이들이 아니다. 울음을 참고 껄껄 웃으며, 너스레 떨지도 않고 싱그러우며, 무수한 발걸음에 긍지를 지닌 한 방울의 일원임을 염두에 두자. 오래 역사를 지켜본 자들은 알 것이다. 한 방울의 물이 바로 착한 백성들의 모습임을. 하여 당당한 일원으로서 광야로 목젖 열어젖혀 만물의 뼈를 세우고, 강줄기를 바꿀 만큼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 낸다는 걸 위정자는 알아야 할 것이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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