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 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감상> ‘마땅치 않다’는 말이 좀 부족해 보여서 오히려 인간적이고 자연스럽게 다가오네요. 이런 때 따라오는 낙엽 하나도 고마운 일이지요. 어느 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낙엽 하나를 만난 적이 있어요. 어떻게 이 낙엽이 따라왔을까 궁금해 한 적이 있는데요. 낙엽을 자세히 보니 몸체는 곧 쪽배(船)가 되는 겁니다. 낙엽 끝에 뾰족한 부분은 노(櫓)가 되어 저어 오는 게 아닌가요. 그러니 낙엽도 그냥 바람이 부는 대로 아무 생각 없이 떠돈다고 생각하면 안 될 것 같아요. 나뭇잎이 곧 나무의 어머니가 되는 것이니까요.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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