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각 가격 낮춘 직영주유소 북적, 재고로 적게 내린 주유소는 한산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시작한 6일 대구 서구 한 주유소가 지역 최저가인 ℓ당 휘발유 1494원, 경유 1342원으로 가격을 내렸다. 이날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기름을 넣기위해 차량이 줄지어 서있다. 박영제 기자.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시작한 6일 경북·대구 지역 내 주유소별 희비가 엇갈렸다. 유류세 인하에 따라 즉각 기름 가격을 낮춘 직영주유소 등은 주유 차량으로 들끓었으나 쌓인 재고로 유가를 낮추지 못하거나 적은 폭으로 가격을 내린 주유소는 다소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대구 서구 한 알뜰주유소는 차량 엔진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ℓ당 휘발유 가격이 1494원, 경유가 1342원으로 지역에서 최저가가 내걸렸기 때문이다. 셀프주유소인 탓에 대기 시간은 길었지만, 운전자들은 파격적인 가격에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시민 A씨는 “기름이 반 정도 남았지만, 1400원대 가격을 보고 기름을 넣을 수밖에 없었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ℓ당 휘발유 1635원, 경유 1435원으로 전날과 같은 가격을 유지한 달서구의 한 주유소는 다소 한적한 모습이었다.

해당 주유소 사장은 “비싼 가격에 사들인 기름 재고가 좀 남아있는 상태다”며 “손해를 보더라도 일단 가격을 내리고 나중에 가격이 다시 오를 때 싸게 산 기름을 비싸게 팔아 만회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고 토로했다.

경북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포항 남구 대잠동 한 직영주유소는 ℓ당 휘발유 1516원, 경유를 1358원에 판매했다. 최대 8대 차량이 동시에 주유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지만, 손님이 몰려들어 차량이 2∼3대씩 계속 기다리는 상황이 이어졌다.

주유소 관계자는 “출퇴근 차량이 많은 교차로와 인접한 주유소라 평소에도 손님이 없진 않지만, 가격을 인하한 뒤 사람들이 더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 인하 전에는 일 평균 2만ℓ를 판매하는데, 오늘(6일) 오후 2시까지 이미 4만ℓ 정도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유류세 인하가 반영되지 않은 포항 남구 해도동의 한 자영주유소는 한산했다. 가격은 지난 5일과 마찬가지로 휘발유 1699원, 경유 1519원이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자영주유소는 일반적으로 1∼2주의 재고분을 보유해 남은 기름을 소진하기 전까지 가격을 내리기 어렵다”며 “손님이 줄었다고 보긴 어렵지만, 기름값이 그대로인 것을 확인하고 돌아가는 손님은 몇몇 있었다”라고 귀띔했다.

정부는 국제유가 상승과 내수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자영업자 등의 부담 완화를 목적으로 내년 5월 6일까지 유류세를 15% 낮춘다. 대형 정유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주유소들은 세율 인하분을 100% 반영해 기름값을 낮췄다.

개인 사업자인 자영주유소의 경우 높은 가격으로 공급받은 석유제품의 재고량에 따라 유가 인하 시점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주유소협회 대구본부는 정부 유류세 인하 정책 시행에 따라 지역 주유소 업계 경제가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도명화 주유소협회 대구본부 사무국장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유가 상승에 주유소 업자들은 비싼 기름을 구매하기 위해 자금을 늘려나가야 했던 고충이 있었다”며 “이번 유류세 인하에 따라 업자들이 한숨 돌리고 주유가 늘어나는 등 지역 주유소 업계 경제가 한층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재용, 류희진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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