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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수당을 둘러싼 정치학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등록일 2018년11월07일 17시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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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아동수당을 둘러싸고 모처럼 여야가 한마음이 되었다. 정책 문제를 두고 거의 모든 주제에 대해 각을 세우는 사이인데 서로 마음을 맞추는 모습을 보니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다.

아동수당은 9월부터 소득 상위 10% 빼고 지급되기 시작했는데 한국당이 ‘100% 지급’으로 돌아섬으로써 아동수당은 소득에 관계없이 6세 미만 아동 모두에게 지급될 수 있게 되었다. 한국당은 몇 걸음 더 나아가 초등학교 6학년생까지 범위를 넓히고 액수도 30만 원까지 확대하겠다고 한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부자에게 왜 주냐며 1229억 아끼자고 외치던 한국당이다. 무려 7조 내지 11조 원이나 더 드는 방안을 새로 내어놓았다. 한국당 인사들은 보편복지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파격적인 저출산 대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저출산에 대한 극약처방이라는 말까지 썼다.

한국당이 지난해 정기국회 때만 해도 재벌 손자한테 아동수당을 줄 거냐면서 보편복지하면 큰일 나는 것처럼 말했는데 1년 만에 태도가 정반대로 바뀌었다. 철학과 정책 기조를 바꿀 때는 왜 바꾸는지 설명하는 게 바람직하다. 개인도 태도를 바꿀 땐 이유를 말한다. 정치를 업으로 삼고 정책을 다루는 정당이 태도를 바꿀 때는 조목조목 설명하는 게 도리다. 국민은 물론 지지자를 위해서도 ‘변심’에 대한 설명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도 지지자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보편복지’라는 말만 나오면 펄펄 뛰던 한국당이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정우택 원내대표는 아동수당을 ‘문재인 정부 7대 퍼주기’라고 비판했다. 지난 1월 복지부 박능후 장관이 아동수당 100% 지급 필요성을 밝히자 전희경 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의식해 또다시 아동수당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겠다는 ‘포퓰리즘’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이러던 한국당이 ‘보편적 아동수당’을 수용하고 예산도 열 배나 확대된 안을 내어 놓았다. 어찌된 영문인지 묻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 아닐까.

새로운 복지정책을 내어 놓을 때는 철학적 입론이 세워져야 하고 지지자와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계획안이 만들어져야 하며 예산 대책이 나와야 한다. 한국당의 입장 선회엔 이 같은 과정이 생략되어 있다. 예산은 정부의 일자리 예산 등을 깎아서 마련하겠다고 한다.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실제 실현 의지가 있어 아동수당 확대 방안을 내어놓은 게 아니고 정부 예산안을 비판하기 위한 소재를 찾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예산 마련 방안도 사실상 없고 입장 선회에 대한 명쾌한 설명도 없지만 의석 37%를 점유한 정당이 입장을 바꿔 보편복지 정책을 채택하고 아동수당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도입 때부터 선별복지를 주장하고 반값등록금 도입 때도 선별복지를 고집하던 한국당이 보편복지를 수용하는 입장으로 변화 조짐을 보이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고 한국사회의 발전에 상당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한국당의 입장 변화를 두고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공격한 건 적절한 태도가 아니다. 민주당이 보편복지를 꾸준히 주장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의아스러운 반응이다. ‘한국당이 양극화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낸 걸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재정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자고 말하는 게 옳은 태도 아닐까 싶다.

‘무상복지 하면 나라 망한다’, ‘보편복지는 포퓰리즘’이라는 프레임을 이제는 버릴 때다. 복지국가의 길이 더불어 사는 길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독일, 프랑스, 덴마크 같은 나라가 보편적 복지정책을 도입하지 않았다면 조화롭고 평화로운 공동체, 소외된 사람이 없는 사회, 불평등을 극복하고 행복한 삶을 함께 누리는 사회로 발전할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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