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오르는 일이다.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때린다’ 했는데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란 작자가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한 대기업 총수들과의 오찬에서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네까”라고 핀잔을 줬다니 말이다.

정부 여당은 이를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덮으려 하고 있다. 여기에다 야당과 보수진영에서는 일명 ‘목구멍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냉면을 먹는 동영상을 올리며 ‘풍자 릴레이’에 나서고 있다. 여야가 모두 이 문제를 단순한 헤프닝이나 풍자의 대상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리선권의 막말은 여야나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얼버무려 넘길 일이 아니다. 정부 여당은 남북화해의 큰 흐름에 영향을 주지않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지엽적인 문제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리선권의 발언으로 우리 정부가 어떤 상대와 협상을 하고 있으며, 어떤 자세로 대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알 수 있게 됐다. 우리 협상팀이 얼마나 만만하게 보였으면 자신의 아버지뻘이나 되는 기업 총수 옆자리에 앉아 식사하는 사람들을 대놓고 힐난할 수 있다는 말인가.

정부 여당은 얼렁뚱땅 넘길 일이 아니라 앞장서서 이 문제를 조사하고 북한에 리선권의 문책을 요구해야 한다. 서훈 국정원장의 말대로 “무례하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오찬에 탕평채를 내놨다. 탕평채는 녹두묵에 고기볶음과 데친 미나리, 구운 김 등을 섞어 만든 묵무침이다. 영조가 사색당파의 당쟁을 종식하고 화합하자는 탕탕평평(蕩蕩平平)이라는 말에서 유래한 음식이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의 인사 편중, 예산 편중 등을 빗대 누군가 “탕평채가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 했더라면 정부 여당이 가만히 있었겠는가.

정부 여당은 물론 정치권은 합심해서 지난 9월 남북 정상회담 옥류관 오찬장 2번 테이블에서의 리선권 발언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북한에 문책을 요구해야 한다. 여당 원내대표가 참석했던 기업인을 상대로 전화해서 확인할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가면 남북문제도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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